전통적 큰 집 취향에 큰 변화… 작은 것이 더 좋아
빈 둥지 베이비부머들 늘어 단출한 집 선호
연료비·환경·젊은세대의 다운타운 취향도 한몫
작아도 쓰임새 다양한 주택이 인기 높고 잘 팔려
미국인들의 ‘드림 홈’이 작아지고 있다.
집이라면 무조건 ‘커야 최고’라는 미국인 고래의 전통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작은 집으로 가는 추세는 이미 뚜렷하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에 접어들면서 가정이 단출해지고, 연료비 증가와 환경적인 이유로 인해 주택 붐 시절 인기가 높았던 넓고 큰 집에 대한 열망은 최근 급격히 식었다.
대신 작은 집을 원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고, 주택 판매 추세를 봐도 작은 집이 더 잘 팔린다.
오클라호마의 주택 건설업자 레이첼 오돔은 미국인들의 주택 사이즈에 대한 선호가 크게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오돔의 회사는 미국의 주택이 앞으로는 작은 사이즈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4년 전 평균 사이즈 1,800스퀘어피트의 작은 주택 단지를 개발했는데 과연 잘 팔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6,000스퀘어피트나 되는 맨션을 많이 지었던 회사가 미국 평균 사이즈보다도 500스퀘어피트나 작은 주택을 신축했기에 불안했다. 그러나 인근 다른 주택들보다 두배나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집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분양 첫 18개월 동안 115채를 팔았고 모두 합치면 600채는 팔 것이다.
작은 주택이 인기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의 주택에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이 올 것이란 전망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커졌다. 1970년대 말 신축 주택의 평균 사이즈가 1,600스퀘어 피트였던 것이 지금은 2,300스퀘어피트로 몸집이 계속 불어났었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고전을 겪으면서 이제는 주택 취향도 축소 지향적으로 변했다. 여기에는 인구 사회 경제적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베이비부머(최고령이 올해 62세가 된다)들이 자식들이 커서 집을 나가 이젠 큰 집이 필요 없게 됐다.
베이비부머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큰 저택보다는 작은 집에 대한 인기가 높다.
수적으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대저택에서 벗어나 단출하게 살 작은 집을 필요로 한다.
가정 자체도 극적으로 변했다.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1970년부터 2000년 사이 자녀가 있는 핵가족이 40%에서 24%로 급격히 줄었다. 아이 없는 가정은 더 증가할 것이고 이들에게는 수퍼사이즈 하우스가 더 이상 드림 하우스가 아니다.
또 X,Y세대들이 작고 관리가 편한 거주 공간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멀리서 통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레스토랑과 연예, 오락이 가까이 있는 다운타운 라이프를 즐긴다. 이들에게는 큰 저택이 부담일 뿐이다.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은 집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는 자각과도 관련이 있다. 거의 안 들어가는 방이 몇 개냐고 자문해 보면 집에서 실제로 이용하는 공간은 일부일 뿐임을 알게 된다.
전국 주택건설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실속 없는 큰 집보다는 시설이 잘된 작은 집을 갖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먼저 큰 공간을 확보하고 시설과 내용은 나중에 추가하겠다는 식이었지만 거꾸로 변했다.
집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더 알차고 실속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된다. 스퀘어피트는 작지만 넓게 쓸 수 있도록 하는데 디자인의 초점이 모아진다. 예를 들어 룸을 두 가지 용도로 이용될 수 있도록 짓는다. 덴(den)이 필요에 따라서는 포멀한 리빙룸으로 꾸밀 수 있도록 건축되는 식이다.
과감한 생략도 특징이다. 과거 고급 주택의 필수품이었던 포멀한 다이닝 룸은 없애는 경향이다. 포멀한 다이닝 룸 대신 아침 식사 구석(breakfast nook)를 약간 늘리는 식으로 가정의 모든 다이닝 및 오락적 요구를 해결한다.
거대한 룸도 한물 갔다. 한때 무조건 키우는 식이었지만 넓어 본들 충분히 사용할 줄도 모르고 청소만 부담스러워 이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지만 잘 짜인 수납 시설이 갖춰진 룸이 있는 집을 더 좋아한다.
<케빈 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