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 주연의 스릴러 ‘88분’은 비평가들의 혹독한 평을 받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최근들어 일련의 싸구려 스릴러와 코미디에 나오고 있다. 사진은‘이걸 분석해’.
“명작품속 명연기 옛말
‘88분’‘숨바꼭질’ 등
최근 엉터리 영화에서
한심한 연기로 돈벌어”
언론서 혹평 쏟아내
명감독들의 명작들에서 뛰어난 연기를 해 1970년대 신 할리웃의 우상처럼 여겨지던 오스카 수상자들인 알 파치노(68)와 로버트 드 니로(64)가 최근 돈 독이 올라 허접 쓰레기 같은 영화에 잇달아 나오면서 노추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LA타임스가 맹렬히 비난했다. 이 신문의 영화 전문 칼럼니스트 패트릭 골드스틴은 최근 기사에서 각기 ‘서피코’와 ‘복날 오후’ 그리고 ‘험악한 거리’와 ‘택시 운전사’ 등에서 감전된 듯한 연기를 보여준 파치노와 드 니로가 요즘에는 엉터리 영화에서 한심한 연기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치노와 드 니로에 대한 비판은 지난해 가을 둘을 모두 자기가 연출한 영화’ 대부’ 1, 2편에서 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이미 한 바 있다. 코폴라는 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파치노와 드 니로가 영화에 대한 정열로 가득 찼을 때 만났다”면서 “그런데 파치노는 이제 엄청난 부자가 됐다. 그는 아마 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매트리스 속에 쑤셔 놓는가 보다”고 비난했다. 코폴라는 이어 “둘은 모두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임스가 두 배우를 공격하게 된 직접적 동기는 2주 전에 개봉된 파치노가 주연한 범죄 스릴러 ‘88분’ 때문이다. 존 애브넷이 감독한 이 영화는 사이코 킬러의 위협을 받는 범죄 심리학자(파치노)의 얘기로 비평가들의 악평을 받았다. 관객의 반응도 냉담해 지난 27일까지 개봉 2주간 달랑 1,200만달러를 벌었다. 파치노는 이 영화 전에도 일련의 나쁜 영화들에 나왔는데 ‘질리’ ‘신참자’ 및 ‘둘이 돈 벌어 보세’ 등이 그것들.
그런데 파치노보다 더 돈독이 오른 배우가 드 니로라고 신문은 비판했다. 신문은 그가 이미 오래 전에 진지한 극적 작품을 외면하고 일련의 한심한 공포물과 범죄 스릴러 및 싸구려 코미디에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 니로의 이런 영화들로는 ‘숨바꼭질’과 ‘갓 센드’ 그리고 ‘포커일가 상봉’과 ‘이걸 분석해’와 속편 ‘저걸 분석해’ 등이 있다. 드 니로의 최근작인 코미디 ‘왓 저스트 해픈드?’는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서 선을 보였는데 비평가들이 악평을 받아 아직도 배급사를 못 구한 실정.
최근 할리웃에는 드 니로가 관계를 끊은 연예 대행업체 CAA의 에이전트가 돌린 e-메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에이전트는 글에서 ‘드 니로가 자기가 나오는 영화마다 자기 이름을 제작자로 올리고 그 값으로 100만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야말로 그의 탐욕과 오만이 극한 지점까지 이른 증거’라고 비난했다.
파치노의 ‘88분’을 제작한 사람은 과거 일련의 B급 영화만 만든 애비 러너. 러너는 출연료로 파치노에게 900만달러를 지불했는데 그것은 영화를 파치노 이름만으로 해외시장에 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러너는 이 영화를 소니에 600만달러를 주고 팔았다.
신문은 할리웃의 나이 먹은 배우들로 작품을 엄선하거나 명예롭게 은퇴한 사람들을 거론하며 파치노와 드 니로가 이들을 배우라고 충고했다. 71세의 잭 니콜슨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현명해져 마틴 스코르세지와 션 펜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명감독의 영화에 나오고 있다.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도 한 때 돈을 따라 다녔지만 지금은 방향을 선회 ‘프레스티지’와 ‘남자들의 아이들’ 및 ‘조용한 미국인’ 같은 좋은 영화에서 성격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 명예롭게 스크린을 떠난 배우들로는 워렌 베이티(71)와 진 해크만(77)및 션 코너리(77) 등이 있다.
신문은 파치노와 드 니로의 문제가 자신들의 전성기가 지났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허영에 들 떠 할리웃이 자기들을 수퍼스타로 대접해 주길 바라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파치노와 드 니로는 오는 가을에 개봉될 애브넷 감독의 연쇄살인범 스릴러 ‘정당한 살해’에서 공연한다. 이는 둘이 지난 1995년 마이클 맨 감독의 은행강도 액션 스릴러 ‘히트’에서 공연한 이래 처음으로 공연하는 영화다. 그러나 둘이 뉴욕 경찰로 나오는 이 영화에 대한 할리웃의 기대치는 상당히 낮다고 신문은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