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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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주택구입도 인연이 있어야

2008-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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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세금보고 하는 시즌이 끝난 후부터 거래가 가장 활발해지는 성수기에 접어든다. 시장이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1년 주기로 보았을 때 이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셀러들도 집을 많이 내놓으며 바이어 역시 많이 움직이는데 이 성수기는 8월 말 학교가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의 성패도 이제부터 좌우된다고 보면 된다.

세상 모든 인생사가 그렇지만 부동산을 하다 보면 인연, 운 같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중요한 만남이 이루어지며 개인의 가장 큰 자산인 집의 주인도 우연히 결정되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필자의 손님 중에도 지나치게 운이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동산과 관련해 잘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손해 볼 수 없고 잘 샀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잘 안 풀리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한 마디로 어떤 논리나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우리의 삶에 관여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필자의 손님 중 대표적으로 운이 좋은 손님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2003년 가을이었다. 은행에 갈 일이 있어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한 손님에게 전화가 와서 전혀 갈 예정이 없던 한인타운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손님과 약속한 장소가 같은 은행 지점이 있는 곳이라 잠시 들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손님이 다른 은행에서 옮겨와 1주일 전부터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인사말을 나누다 최근 근황을 물어 보기에 발렌시아 인근에 새 집을 분양하는데 그 인기가 상당히 높다고 했더니 그 분도 한번 신청해 보겠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 분은 토랜스에 두 달 전에 집을 사서 또 다른 집을 살 여력이 없는 것을 알기에 인사 차례로 그냥 한 말이거니 생각하고 그냥 잊었는데 3일 후에 전화가 와서 관심이 있다고 해 정보를 주었다. 그리고 모델 홈을 오픈하는 날 서류를 접수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 분이 집안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못 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날 친구들이 와서 그 날 못 온 동료를 대신해 서류를 작성해 주며 대신 서류를 접수시켜 주었다.

그리고 1주 후 새벽에 전화가 왔다. 급한 일 때문에 와이프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 분의 와이프는 한국에서 온지 석 달 밖에 안 된 상태로 영어도 거의 모르고 길도 모르는데다가 발렌시아 역시 한 번도 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8시가 되어가자 용감하게 나타나셨다, 남편이 보내서 무작정 왔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추첨에 참여하기 위해 추첨 번호표를 가지러 줄을 섰는데 문제가 생겼다. 얼마 전에 집을 사서 다운을 할 돈이 부족해 집을 살 자격이 안 되어 추첨 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곁에 있었으면 설명을 해 줄 수 있었는데 다른 손님들을 관리하느라 차마 거기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했지만 눈치로 돈이 부족하다는 말인 것을 알아내고 담당자에게 추가의 돈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서 서류 담당자는 자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최종적으로 자격 여부를 묻는 줄에 가서 기다리라는 말에 그 줄에 서서 기다리고 계셨다. 조금 후에 무슨 일인지 안 후 그 분과 차례를 기다렸고 담당 매니저를 설득해서 겨우 번호표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추첨을 기다리는데 1,0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두 번째로 그 분의 번호가 호명되었다. 친구들은 자기들이 걸리면 사려고 했던 집을 추천해서 그 집에 디파짓을 한 후 5개월 후 그 새집의 주인이 되었다. 5개월 후의 그 집은 10만달러 이상이 올라 있었음은 물론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필자가 그 은행에 가게 된 거라든지, 친구들이 대신 서류를 작성한 거든지, 영어도 안 되고 초행길에 움직인 것, 그리고 처음부터 순조로이 번호를 받았다면 안 될 수도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득이 된 것 등등 너무나 우연의 연속이라고 하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연속된 일들이 그분에게는 일어난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 집은 그 사람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말이다.

그 후로 지난 몇 년 동안 그분은 믿어지질 않을 만큼 신청을 하기만 하면 기적적으로 1차 분양에서 당첨되었고 융자 또한 최고의 조건으로 받아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 속에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818)357-7694
에릭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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