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거장’ 줄스 대신 타계
2008-04-04 (금)
범죄 멜로물‘리피피’
50년대 인기몰이
‘일요일은 참으세요’
주제가 전세계 사랑
금고털이 영화의 백미인 프랑스 영화 ‘리피피’(Rififi·1954)를 연출한 미국인 줄스 대신(사진) 감독이 지난 31일 아테네에서 96세로 별세했다. ‘리피피’는 35분간 대사와 음악 없이 진행되는 금고털이 장면으로 유명한 걸작 흑백 범죄 멜로물이다. 대신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들로 ‘벌거벗은 도시’와 ‘일요일은 참으세요’ 및 ‘토카피’ 등이 있다.
코네티컷 미들타운서 출생한 대신은 연극배우와 감독을 거쳐 할리웃에 진출했다. 그는 1939년 공산당에 가입했다가 6년 뒤 환멸을 느끼고 탈퇴했는데 1950년대 미국에서 공산당 때려잡기 광풍이 불자 유럽으로 도망갔다. 대신은 1940년대 말 ‘벌거벗은 도시’ ‘폭력’ ‘밤과 도시’ 및 ‘도둑들의 하이웨이’ 등 사실적 느와르 영화로 명성을 굳혔다.
미국을 떠난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프랑스에 도착, 한 동안 일자리를 못 찾아 고전했다. 이런 경우를 단숨에 바꿔놓은 것이 저예산의 ‘리피피’였다. 이 영화는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었다.
대신이 후에 아내가 된 그리스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그리스 문화상 역임)를 만난 것은 1956년. 메르쿠리는 그리스 의회 의원이었던 아버지의 힘을 빌려 대신의 유럽에서의 두 번째 영화인 ‘죽어야 할 남자’(1958)의 제작비를 마련해 줬다. 터키 점령하의 그리스 시골사람들의 갈등을 그린 이 영화는 대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대신의 메르쿠리의 호의에 답한 영화가 주제가로 유명한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메르쿠리는 여기서 명랑한 창녀로 나와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대신은 첫 부인과 이혼한 뒤 1962년 메리쿠리와 결혼했는데 메르쿠리는 1994년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