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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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어쩌면’(Definitely, Maybe)

2008-0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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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어쩌면’(Definitely, Maybe)

윌이 선거본부 동료 에이프릴을 상대로 구혼 예습을 하고 있다.

‘틀림없이, 어쩌면’(Definitely, Maybe)

윌과 딸 마야가 다정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대학시절 아빠에게 이런 사랑이…

초등생 딸에게 들려준 세 여인과의 러브스토리
웃음과 우수 깃든 아름다운 로맨틱 코미디

늘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범주를 벗어난 진지하고 지적이며 또 웃음과 우수를 함께 지닌 로맨틱 코미디로 아름답고 재미있다. 억지를 안 부린 자연스러운 내용이어서 더 좋은데 뉴욕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하게 엮어지는 한 남자의 다사다난한 사랑의 얘기가 매력적이다.
로맨틱 코미디치곤 깊이까지 지녔는데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사실적인 데다가 자연스럽고 연기들도 잘해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다. 매우 정감 있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영화다.
윌(라이언 레널즈)은 맨해턴 광고회사의 중역으로 초등학생인 딸 마야(애비게일 브레슬린)의 어머니와 이혼수속 중. 윌이 마야를 방과 후 픽업해 귀가하는데 마야가 학교에서 섹스교육을 받았다면서 온갖 난처한 질문을 한다.
그리고는 아빠에게 엄마를 만나기 전에 몇 번이나 사랑을 했으며 엄마와는 어떻게 해서 결혼했는가를 얘기해 달라고 조른다. 처음에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기를 주저하던 윌은 할 수 없이 엄마를 비롯한 자기가 알던 여자의 이름을 가명으로 고친 뒤 자신의 연애사를 딸에게 들려준다(영화는 여기서부터 거의 전부 플래시백으로 진행되는데 가끔 현재로 돌아와 마야가 질문하고 논평하는 장면에서 맥을 끊어 놓는다).
윌의 사랑의 역사는 1992년 대학생 시절인 위스콘신 매디슨에서 시작된다. 그는 말리는 대학 애인 에밀리(엘리자베스 뱅스)의 호소를 뿌리치고 두 달간 맨해턴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클린턴의 선거본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려고 뉴욕에 온다.
윌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 여기서 그는 친구들을 사귀는데 그 중에서 정치에는 관심 없는 자유로운 여인인 에이프릴(이슬라 피셔)과 깊은 정을 맺는다. 둘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친구임을 강조한다.
윌이 만나는 또 다른 여자는 아버지뻘인 정치평론가 햄튼(케빈 클라인이 잠깐 나와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과 동거하는 기자 지망생 서머(레이철 바이스). 그런데 서머는 과거 에밀리의 급우였다. 윌의 사랑의 내력은 이 세 여자를 둘러싸고 엮어지는데 세 여자가 다 윌의 바로 그 여자들이지만 타이밍이 잘못 맞아 일이 배배 꼬인다. 한편 얘기가 현재로 돌아오면서 마야가 과연 자기 엄마는 셋 중 누구일까를 놓고 궁금해 한다.
무리 없는 얘기가 참신한데 미국 영화의 통폐인 끝을 너무 말끔히 매듭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나다 태생의 TV 배우인 키다리 레널즈의 첫 메이저 영화 주연인데 보통 사람 같은 그가 티 안내는 연기를 해 친근감이 간다. 대성하겠다. 애담 브룩스 감독(각본). PG-13.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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