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파산은 특혜다(Bankruptcy is privilege)

2008-02-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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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탁 변호사.애난데일, VA

‘빚진 죄인’이라는 표현이 귀에 익은 독자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제목일 것이다. 영미사회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이론이 지배한다. “Debt is not a crime”이라는 이론이다. 물론 순수한 채무에 국한해서 하는 말이다. 순수한 빚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첫째, 빚을 지는 시점에 채무자는 그 빚을 상환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야 한다. 그 채무를 갚을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짓 약속으로 그 돈을 받아왔다면 그것은 순수한 채무가 아니다. 사기에 의한 취득이다. 둘째는 채무를 이행하고자 노력을 했어야 한다.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부진이나 실직 등, 예기치 못한 사정에 의해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 채무는 순수한 채무로서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무자를 보호하는 법이 ‘파산 남용 방지 소비자 보호법’(Bankruptcy Abuse Prevention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이며, 이하 ‘소비자 보호법’(전 파산법)이라 칭하고자 한다. 소비자 보호법은 2005년 10월 17일을 기해서 발효된 법으로서 구 파산법에 비해서 파산 신청을 어렵게 함과 동시에 이를 취급하는 변호사에게 보다 많은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재정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재정관리 교육을 필하도록 하는 것이 신 소비자보호법의 골자라 할 수 있다. 종전에는 6년에 한번 파산할 수 있었으나 신 소비자 보호법에서는 8년에 한번으로 개정되었음을 부언한다.
파산신청을 어렵게 한다는 대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연간 수입이 해당 주의 평균수입을 초과하는 사람에게는 완전파산(Chapter 7)을 허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2008년 버지니아 주 3인 가족의 연평균수입 6만7,788달러, 독신가구의 수입 4만4,780달러를 초과하는 사람은 Chapter 7 파산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소비자 보호법은 이와 같이 저소득층의 소비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어려움으로부터 재기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하기 위함일 뿐 처벌을 가하기 위함이 아님을 천명한다. 이와 반대의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독자들이 많이 있다. 파산선고 후 몇 년간은 사업을 할 수 없다느니, 은행구좌를 개설할 수 없다느니 하는 잘못된 상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물론 은행융자를 신청했을 때 은행이 하락된 신용점수에 따라 불리한 융자조건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신용점수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수년 내에 복구될 수 있음을 주지하길 바란다.
소비자 보호법은 채무소비자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채권자를 불필요한 노력으로부터 보호한다. 파산수탁인 사무실(US Trustee’s Office)에서 파산 소비자의 재정 능력을 분석 검토함으로써 채권자는 믿을 수 있는 재료를 근거로 채권을 포기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과 재정의 손실을 사전에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신 소비자 보호법에 따라서 채무인은 재무관리교육(Financial Management Education)을 받게 되는데, 그 내용이 좋아서 이 교육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젊었을 때 이러한 교육을 받았더라면” 또는 “자녀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시켰으면” 하는 평을 자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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