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린 이른 아침
흰눈 쌓인 숲속 산책로에
크고작은 짐승 발자국이
또박또박 찍혔구나
큰놈은 어미 사슴
작은 놈은 아기 사슴
사슴 발자국이 분명하니
드디어 사슴네 식구들이
돌아온 것이다

지난 여름 농사꾼 욕심으로
숲 한구퉁이 흠집내서
나무 베어 넘기고
텃밭 욕심 부린 것을
사슴네 식구들이 그게 속이 상해서
멀리 떠난 줄 알고
밤낮으로 못내
미안하고 부끄러워 하였노라

오늘 첫눈을 밟고 그 식구들이 다시
발걸음 하여주니
반갑고 고맙구나

맹세코 욕심 버리고
숲을 한뼘도 더는 다치지 아니할테니
노여움 거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숲을 지키며
오래오래 함께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