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한국시단-고로쇠(늙은 머슴)

2007-12-1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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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뒤로하고
태평양 건너온 넓은 나라
낯선 땅에 다시 태어나던 날부터
새벽을 깨우던 사발 시계가
삼십년 울더니
이젠, 조용히 잠을 잡니다

눈 내리는 새벽 비바람 어두운 길
거북이처럼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벙어리 귀머거리 소경으로 살다보니
허리 굽은 칠십 고개
고로쇠 되었습니다

매운 머슴살이 외로움에 찌든 그리움
땀과 눈물과 시간이
사는 길이라고 배우면서
세월따라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제


품삯으로 새경 몇 섬 받아들고
은퇴 명찰 조용히 달았습니다
아들 딸 손자 손녀 귀여운 얼굴들이
죽데기 가슴에 꽃을 달아 줍니다

안개 거치는 산책길에
이름 석자 걸어 놓았으니
까마귀가 그 이름 물어가는 날까지
추억 더듬으며
단풍처럼 노을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윤학재(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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