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속죄’(Atonement) ★★★½(5개 만점)

2007-12-07 (금)
크게 작게
여동생 무고로
비극은 시작된다

계급 다른 두 남녀의
가슴아린 비련 그려

촬영-음악 등 좋지만
강렬함 모자라 유감

1930년과 40년대 영국을 무대로 전개되는 계급이 서로 다른 두 남녀의 비극적 로맨스를 그린 멜로드라마로 고전풍의 스타일을 지녔다. 한 소녀의 시기와 질투가 파괴한 두 남녀의 삶의 얘기가 특히 여성 팬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이안 맥이완의 소설이 원작으로 우아하고 아름답고 감정적인데 가슴을 불태우고 궁극적으로 찢어버리는 사랑의 정열과 비극성이 얘기의 본질을 다 태우고 채워주지는 못한다. 전쟁과 비극적 사랑이라는 내용이 ‘영국인 환자’를 여상케 하는데 이 영화는 일종의 소규모의 ‘영국인 환자’라고 불러도 되겠다.
격정과 감동의 미흡함은 두 주인공이 영화 첫 부분에서만 함께 있은 뒤 중반부터 끝까지 내내 떨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쉬운 부분이 더러 있지만 로맨스 영화팬들을 위한 작품.
1935년 뜨거운 어느 여름날의 영국 남동부 시골의 한 저택. 이 저택은 탈리스가의 것으로 탈리스는 성숙한 딸 세실리아(키라 나이틀리)와 조숙한 13세난 딸 브리오니(사오이스 로난이 매서운 연기를 한다)가 있다. 영화는 처음에 문학소녀인 브리오니가 침실 창문을 통해 언니 세실리아와 집의 하녀의 미남 아들 로비(제임스 매카보이)의 사랑의 희롱을 엿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비록 계급은 서로 다르나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
어린소녀에서 본격적 사춘기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성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욕망을 지닌 브리오니도 사랑이 뭔지 모르면서도 무작정 로비를 좋아한다.
그러나 로비로부터 무안을 당한 브리오니가 거의 본능적으로 로비에게 엄청난 범죄혐의를 뒤집어 씌우면서 로비는 옥에 갇히고 세실리아와 이별하게 된다. 브리오니의 이 철없는 행동의 엄청난 결과는 그 뒤로 수년간 후유증을 남기며 세실리아와 로비의 삶을 완전히 파괴하고 브리오니의 삶도 망쳐 놓는다.
로비는 형기를 마치고 런던서 간호사로 일하는 세실리아를 잠깐 만나고 2차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프랑스로 파견된다. 1940년 로비는 부상을 입고 던커크에 도착, 동료 군인들과 함께 자신을 영국으로 실어다줄 함정을 기다린다. 그리고 로비는 이 기다림 속에서 꿈과 환상으로 세실리아를 만난다. 한편 18세가 된 브리오니(로몰라 가라이)도 속죄하기 위해 간호사가 돼 언니와 로비를 잠시나마 만나려고 애쓰나 자신의 과오로 인해 그녀의 삶도 영원히 일그러지고 만다.
촬영과 음악과 세트와 의상 등이 모두 준수하고 아름다운 나이틀리와 떠오르는 매카보이가 비극적 연인의 모습과 감정을 그런대로 잘 묘사하나 강렬함이 모자란다. 조 라이트 감독. R.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셔먼옥스 아크라이트(818-501-075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