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칼럼/로키산(Rocky Mt.) 상봉

2007-10-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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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스님(필라 화엄사 주지)

콜로라도의 로키산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로키산 공원은 늦은 봄에 문을 열어 이른 가을에 일찍 닫아버리는 곳이므로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은 산에 오르지도 못한다. 한여름에도 하얀 눈이 덮인 그곳을 밟으며 눈 녹은 물을 한 움큼 떠서 입에 대면 더위와 갈증이 말끔히 가시는 그 맛이 상큼하고 한쪽에서 눈이 녹은 양지 볕에 이름 모를 야생초의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기에 긴 겨울 눈 속에서도 살고 그 잠깐의 햇볕 틈을 타 꽃을 피운단 말인가 하는 감탄사를 토해내게 된다.

나는 콜로라도 덴버에 살 때 생각지 않은 여행을 많이 했다. 콜로라도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시간 있을 때마다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하루에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모두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우산에서부터 겨울 장갑까지 가지고 다닌 적이 있다. 추억이 있는 곳, 아름다운 곳이지만, 높은 산이 많아 사람들도 드세다고나 해야 할까 고집이 세다고나 하여야 할까 잘 모르지만 한번 먹은 자기의 생각을 꺾을 줄 모르는 사람들 속에 섞여 나는 2년 동안 살았었다.


하루는 눈 속에 불자 한 분이 윗도리를 벗다시피 한 속옷 바람으로 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나도 밖에 나가 보니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방송이나 신문엔 영하 10도가 넘는다고 하는 것이었다. 해발이 높은 관계로 실제 기온과 사람이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나의 연비한 손가락이 밖에만 나갔다 들어오면 얼었다 녹느라고 가려웠다.

덴버 시는 해발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쌀로 밥을 지으면 삼층밥이 되기가 일쑤이며 건조한 탓인지 쌀이 물을 많이 먹고 밥맛이 없다. 꼭 모래를 씹는 기분이 든다. 공기의 탓인지는 모르고 왜 덴버에는 좋은 쌀이 없을까 했는데 동부에 와서 보니 같은 쌀이라도 밥이 그렇게 잘되고 맛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콜로라도에 사는 동안 학생들이 학교 주위를 거니는데 무슨 컵들을 하나씩 가지고 다녀 왜 그런가 하고 궁금했는데 그곳 날씨가 건조한 관계로 물을 자주 마시느라 물 컵을 가지고 다닌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콜로라도에 처음 갔을 때는 일주일 내내 코피가 흐르고 목이 건조하였는데 두 번째 가니 3일간으로 줄고 세 번째 가니 하룻밤 머리만 조금 묵직하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때 그곳을 가도 어려움 없이 바로 적응이 된다. 콜로라도는 아름다운 곳이며 휴양처로서 좋지만 나는 그곳에 있으면서 온몸에 가려운 증상이 있어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해발이 높은데다가 건조함 때문인 것 같다. 그곳에 사는 줄리 아버지는 발이 가려운 나머지 너무 긁어 피가 나는 것을 봤다.

병원에 다니며 이 약 저 약 다 써도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또 한 가지 날씨가 건조한 탓인지 모르지만 목소리가 쉬어 점점 가늘어져 걱정을 하던 차 그곳 불자가 “스님께서 이럴 때는 동부를 한 일주일 다녀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면 스님의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라는 맘을 듣고 동부로 일주일 여행을 했는데 정말 말끔히 정상으로 돌아와 덴버에서 탈 없이 살았다.

만약에 콜로라도에 살고 싶다는 분이 있으면 물가에 있는 집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 더 여유가 있는 분은 실내 수영장을 갖춘 집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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