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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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인도’(Rendition)

2007-10-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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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인도’(Rendition)

이사벨라(왼쪽)가 대학동기인 앨란에게 남편의 소재를 알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범인인도’(Rendition)

CIA요원 더글러스는 상관의 지시를 어기고 양심을 따른다.

고문, 너를 고발한다 !

폭탄테러범 누명쓰고 CIA에 납치된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
정치성 내세운 스릴러 멜로물

요즘 시의에 적절한 극렬 회교도에 의한 테러와 고문과 CIA의 더러운 비밀작전 및 정치적 내용에 가족 문제까지 포함한 멜로드라마다. 영화는 정치적 작품이라는 것을 내세우려고 티를 내고 있지만 사실은 스릴러성의 멜로물.
2005년 ‘초치’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사우스아프리카 감독 개빈 후드의 작품인데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연기파들로 짜여진 앙상블 캐스트인데 누구하나 탁월한 연기를 못 보여 주는 것이 유감이다. 제목은 클린턴 정부시대 입안된 미국의 정책으로 아무 법적 근거나 제재 없이 테러리스트 혐의자를 고문할 수 있도록 제3국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정책에 억울하게 걸려든 사람이 이집트 태생으로 미국서 교육을 받고 미국인 아내 이사벨라(리스 위더스푼)를 둔 안와르(오마르 메트왈리). 안와르가 사우스아프리카로 업무 차 출장을 갔다가 귀국 직전 느닷없이 CIA 요원들에 의해 납치된다. 북아프리카서 발생한 테러리스트의 자살폭탄 사건에 의해 현지 CIA 요원이 살해됐는데 안와르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것.
CIA가 갖고 있는 증거란 알려진 테러리스트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 안와르의 셀폰에 전화한 것 하나 뿐이다. 그런데도 워싱턴 DC의 테러담당 CIA 고위관리 코린(메릴 스트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와르로부터 고백을 받아내라고 지시한다. 아프리카의 이름이 안 밝혀진 국가로 이송된 안와르는 지역 경찰서장 아바스(이가르 나오르)로부터 온갖 고문을 받는다. 이것을 입회하는 자가 현지 CIA 분석가 더글러스(제이크 질렌할). 더글러스는 끔찍한 고문에 경악하면서도 속수무책인데 후에 그의 양심의 개안 때문에 안와르는 자유를 찾게 된다(이 과정이 다소 황당무계한 스릴러식으로 처리됐다).
한편 안와르의 임신한 아내 이사벨라는 남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워싱턴 DC의 막강한 상원의원(앨란 아킨) 보좌관으로 대학 때 자기를 사랑한 앨란(피터 사스가드)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이사벨라를 돕던 앨란은 정치적 벽에 부딪쳐 중도에 포기한다.
이런 플롯과 함께 아바스의 딸 파티마와 극렬회교도 형을 둔 순진한 할리드의 로맨스가 곁가지를 친다. 이 사랑과 할리드의 변신은 정석 멜로물의 소재다.
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고문이 확인된 미 정부의 정책을 다분히 비판한 감이 있어 사실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좀 더 신빙성과 깊이를 갖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R. New Li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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