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단일기 - 윤영란

2007-10-1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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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이의 이야기
실리콘밸리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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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18년 전 백일이 채 못되어 한국에서 이곳 팔로알토로 입양 되어온 예쁘고 똘똘한 혜인이의 얘기를 해 볼까 한다. 혜인의 양부모님은 혜인이 위로 두 아들을 두셨고 딸이 너무 갖고 싶어 한국에서 혜인이를 입양하시게 되었다. 늦게 얻은 딸 혜인이가 너무 귀해서 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하시는 양 부모님 모습을 지난 3년 동안 지켜 보면서 좋으신 분들임을 알게 되었다. 지난 4월 혜인이의 양부모님과 혜인이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생모를 찾고 싶으시다는 양부모님들을 돕는 과정 중에 혜인이의 입양기록부를 볼 수 있었다. 서울에 위치한 대한 복지회라는 기관을 통해서 입양이 되었다 한다. 다행히 18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은 전화 번호 덕분에 혜인이 식구가 한국에 가기 전부터 그 기관에 미리 연락을 취해 놓을 수가 있었다. 호텔 예약이며 여행일정을 혜인이 식구들과 함께 미리 점검하면서 저는 혜인이네 식구들을 마치 물가에 내어 놓은 듯한 심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저는 혜인이와 함께 플래시 카드를 만들기로 하였다.


한국에 도착해서 사용할 한국 말들을 3X5카드를 작성했던 것이었다. 앞면에는 한국말로 쓰고 뒷면에는 영어로 써 놓아 급할 때면 그 카드를 택시 운전사나 도와 주시는 분들에게 보여주기로 하고 말이다.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도 하나하나 카드로 만들어 호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식당을 소개 받기로 했다. 걱정도 되면서 일단 이렇게 나마 카드를 만들어 보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걱정과 불안 속에 혜인이네 식구들은 한국으로 떠 났었고 또 하나님의 은혜로 혜인이네 식구들은 무사히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들이 말하는 한국 여행은 ‘원더풀’ 이었으며 또 가고 싶고 한국 분들이 너무 친절하다고 했다. 인천 공항에서 내려서 이태원에 위치한 호텔까지의 엄청난 모범택시비를 내야 했던 사건 하나만 빼고는 다 좋았다고 하셨다. 절대 까만 택시를 잡아 타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혜인이는 현재 산타클라라 대학에서 정치와 영문학을 복수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한국학교의 교사로써의 갖는 간절한 마음은 혜인이가 지금까지 잘 자라온 것만큼 앞으로도 잘 성장하여서 더욱 한국을 사랑하고 양부모님도 잘 공경하며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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