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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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Lust, Caution)

2007-10-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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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파이의 위험한 사랑

2차대전 상하이 무대, 암살음모 있는 정통 멜로

극사실적 섹스신, 중국영화론 파격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지난 9월 베니스 영화제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앙리 감독의 중국 영화로 1940년대 일본이 점령한 상하이를 무대로 펼쳐지는 사랑과 욕정과 암살 음모가 있는 정통 멜로드라마이자 스릴러이다. 이 영화는 두 남녀 주인공의 극사실적인 섹스 신 때문에 NC-17등급(17세 이하 관람불가)을 받았는데 중국 영화로서는 매우 과감한 장면이다.
일본군에 협조하는 정보부장을 살해하기 위해 그의 정부가 된 여대생의 얘기. 굉장히 말끔하게 만들어졌으나 격렬한 섹스 신에 비해 감정과 정열이 그에 이르지 못하고 두 남녀의 고양이와 쥐의 게임인데도 위협적인 위험성이 덜 느껴지는 것이 결점. 중국 여인들이 입은 청삼이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중국과 같은 경험을 한 한국의 영화인들도 이젠 이 정도의 영화는 만들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1942년 상하이. 일본에 동조하는 식민 중국 정부의 정보부장 이(토니 륭)의 아내(조운 첸)가 친구들과 마작판을 벌이고 있는 자리에 사업가의 젊은 부인 막(탕 웨이)도 참석했다. 이 때 이가 귀가하는데 이와 막이 나누는 시선에서 둘이 구면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그리고 막여사는 쿠앙 유민(왕 리홈)에게 암호전화를 걸어 “작전개시 가능”이라고 말한다.
이 서론 후 시간대는 4년 전 홍콩으로 돌아간다. 막의 실명은 왕 지아지로 대학 1년생. 왕은 학교 연극단원들로 구성된 대일 저항단체의 리더인 쿠앙에게 포섭돼 임무를 부여 받는다. 홍콩에 정보부원을 모집하러 온 이의 아내의 신임을 산 뒤 이의 동태를 파악하고 정보를 빼내는 것. 그러나 이 작전은 성공하지 못한다.
이어 1941년. 상하이로 거처를 옮긴 왕은 다시 쿠앙에게 포섭돼 막여사로 변신하고 이의 아내의 마작 친구로 이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그리고 홍콩에 이어 다시 만난 이와 막여사는 뜨거운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의 러브신은 마치 전쟁을 하듯 치열한데 점령자와 피점령자 간의 맹렬한 공격과 저항을 상징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 뜨겁게 사랑하게 되는데 토니 륭과 탕 웨이(TV 배우로 이 영화 데뷔)의 화학작용은 그런대로 좋으나 전류가 치명적으로 흐르는 감정적 깊이는 모자란다.
그리고 막여사가 사랑과 임무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그와 이 간의 사랑과 욕정도 비극적으로 끝나게 된다. 촬영이 말끔하지만 옛 상하이를 되살린 세트는 너무 티가 난다. 한국 팬들은 매우 재미있게 볼 영화다.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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