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벽에 잠들다 / 박승림

2007-09-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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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일 토요일 밤 나는 어제 넷째 아우로부터 이제 막 이민 온 막내 아우가 한 동네 살다가 일때문에 갑자기 산호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말을 듣고 (동생에게 직접 전해 듣지 못했기에) 내심 섭섭하였다. 그래도 멀리 동부쪽으로 떨어져가는 것 보다는 같은 주내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가게 됨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조카에게 학용품이나 사서 쓰라고 용돈을 봉투에 넣어 동생네 아파트로 달려가 보았다. 동생 식구는 문을 잠근 채 일부의 짐을 옮기려고 산호세로 갔다. 이날 밤늦게 온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동생 식구를 보지도 못하고, 조카에게 용돈도 전해주지도 못하였다.

어느 날 보통때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코스코(Costco)에 들러서 나오는 과정에서 어머니께서 넘어지셔서 이마에 온통 멍이 드신 적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빨리 회복은 되셨으나 이런 불상사가 없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바로 인간사인 것을 어찌하랴.

돌이켜 지난 1996년 경에 한국에서 있었던 IMF는 바로 나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안겨다 주었다. 이민올 때 전세를 놓고 온 아파트가 갑작스런 집세 환불독촉에 못이겨 헐값으로 팔아넘기게 되었고, 이를 지금와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랴.

허전한 마음으로 조카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온 돈봉투를 보면서, 어머니의 무릎 언저리에 멍든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리운 한국에 두었다가 사라진 나의 삼성아파트를 생각하면서 토요일 밤을 설쳤다. 그래도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또 다른 무언가를 성취코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바로 지금 깨어 이 글을 쓰고 있다. 새벽녘 이 시간에 늘 그랬듯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와 함께 다시 잠들고 깨어나 제일 먼저 십자가를 보고 다시 하루 일을 시작하게 되리라. 신같은 인간은 없다. 마찬가지로 물론 인간같은 신도 없으리라. 그러나 인간도 신을 닮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사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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