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대통령과 ‘식당’ 한인회장
2007-05-15 (화) 12:00:00
5.16 쿠데타 후 체육관 대통령이 나왔다고 해서 한동안 샐러리맨들의 술자리 단골 안주가 됐다. 혹자는 말실수로 도처에 깔려있던 정보부 직원들에게 덜미를 잡혀 무시무시한 곳에 끌려가 죽도록 얻어맞고 나와 한동안은 ‘입조심’ ‘말조심’이란 유행어가 나돌기도 했다.
회장 업무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타계한 고 김옥태 회장 잔여 임기를 마친다는 김인억 수석부회장이 어느 날 갑자기 몇몇 지인들과 눈과 입을 맞춘 후 한성옥에서 임시 총회를 하면서 남은 임기와 함께 34대 회장직까지 박수부대를 동원해 일사천리로 해치웠다.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너무나 속이 들여다보이는 치사한 행동에 일부 동포들은 ‘체육관 대통령’을 빗대어 ‘식당 한인회장’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한인회 회칙에는 회장 선거는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로 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관광버스 몇 대에 노인들을 실어 와서 밥 한 끼 대접하고 박수부대로 이용했다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에는 “혁신 혁신”이라는 거창한 구호와 함께 “혁신하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군사정권 시절 유신헌법이 생각나 오금이 저렸다. ‘선거 세칙’을 개정, 또는 수정한다고 하지 한고 ‘혁신, 혁신 또 혁신’ 하겠다니 그 서슬퍼런 문구에 정말 기가 죽는다.
한인회장은 크고 작은 행사에서 축사, 인사말 등을 할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원고를 낭독하는 것도 보기가 편치 않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고 한인 동포들을 위해,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해 땀과 열정을 바쳐온 전직 회장들의 면면에 먹칠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체육관 대통령’은 과거사다. 지금 시대에 ‘식당 한인회장’은 곤란하다. 작고한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만 성심껏 수행하면 동포들로부터 ‘식당 한인회장’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제임스 김 볼티모어,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