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2007-05-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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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채수희/수필가

어느 유명인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하 독방에 갇히게 되었다. 그는 고독과 절망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을 쏟았던 가족과 지인들도 그를 외면해 버렸다. 그는 독방 벽에 글을 적어놓으며 세상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신은 없다.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감방 작은 창문 갈라진 틈새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그는 간수가 주는 물을 아껴서 매일 매일 새싹에 물을 주었다. 며칠 후 새싹은 자라 아름다운 파란 꽃을 피웠다. 억울한 죄수는 생명에 신비에 감동해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하늘이 준 생명의 신비, 이제 나는 외롭지 않다.”
이 일화는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생명의 소리를 낼 수 있는 하늘의 소중한 선물이란 것을 가르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때로는 좌절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도 있다. 그래서 인생의 고통과 고독이란 혼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받는 고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족, 지인, 친구들이 마음을 감싸주지만 갈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때로 역경과 절망을 뚫고 비로소 얻어지는 환희도 있다. 인간이 외롭게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참 나를 만나는 소중한 통로가 되어 그때 비로소 신과 만나는 시간이 된다. 그래서 홀로 존재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맑은 정신이 내 안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인간은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 그래서 인간의 아름다움은 꿈을 안고 산다는 것이 아닐까.
순간을 사는 것이 하루를 만들고, 하루를 사는 일이 한 달을 이루고 1년을 이루며 한평생을 이룬다고 했다.
이따금 내 자신이 슬픔을 잘 타는 것을 느낀다. 비가 와도 슬프고 계절이 바뀌어도 센티멘털 해진다. 그러나 나는 그 슬픔을 사랑한다. 그 슬픔 속에는 이세상이 때로는 얼마나 아름답고 살아있는 것이 위대하며 그 어느 것도 저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의 소망도 있다.
나는 어줍잖은 글을 쓰면서 삶의 한 귀퉁이를 접었다 폈다 하는 심정으로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며 다가올 미래를 긍정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또한 지역사회에 작은 봉사도 하며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는 안목도 배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시간을 채우고 싶기도 하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 감사와 사랑으로 충만할 때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얻는다는 말을 현실에서 자주 느낀다.
때로는 주어진 현실이 너무 쓸쓸하고 삭막해도 눈동자 같이 나를 지켜주시는 주님, 네 손주의 순수한 사랑, 지인들과 교회식구들은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척박한 이민의 환경이지만 눈부신 5월의 신록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데살로니카 전서의 한 구절을 묵상하며 지낸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채수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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