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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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Persona)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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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잃은 여배우, 말많은 간호사‘묘한 대비’

뛰어난 연기력에 수수께끼 같은 명작

스웨덴의 철학적이요 종교적인 위대한 감독 잉그마르 버그만의 1966년산 흑백 작품으로 그가 중병을 앓고 난 뒤 만든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명작이다.
까닭을 알 수 없이 갑자기 말하기를 멈춘 여배우(리브 울만)가 여간호사(비비 앤더슨)의 간호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성격과 마음이 상호 교환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간호사는 불가사의하게 침묵을 지키는 배우에게 억지로 하다시피 끊임없이 말들을 쏟아 부어 대는데 그 말들은 독백이자 자기를 연민하는 한탄이며 또 공격적이요 잔인하기까지 하다. 과연 이 두 여자는 같은 모습의 두 여자인가 아니면 한 여자의 두 얼굴인가.
버그만은 여기서 자아를 해체하고 있는데 사물의 표면 뒤로 뚫고 들어가면서 현실과 이미지와 연기와 시네마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두 여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천착하는 듯한 강렬한 클로스업과 백색 위의 백색 그리고 영화 속 영화의 스타일을 한 미적 탐구의 최고봉에 이른 작품이다. 시적이요 귀기 서린 아름다움과 심오함을 지녔다. 하오 9시30분.
이 영화 상영 전 하오 7시30분에 ‘보지 마라’(Don’t Look Now·1973)가 상영된다. 도널드 서덜랜드와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어린 딸이 익사한 영국의 두 부부가 베니스를 여행하면서 겪는 초현실적으로 괴이한 경험을 다룬 스릴러다.
매우 섹시하고 폭력적이면서 또 예술적인 공포영화로 분위기가 스산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베니스라는 도시가 사람처럼 중요한 구실을 하는 아름답고 두려운 악몽과도 같은 영화다. LA 카운티 뮤지엄 빙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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