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봉 사

2007-02-11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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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윤진영 / 센터빌, VA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나서서 교포사회의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각박한 이민사회에서 가슴을 녹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봉사는 남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 또는 선한 일로 여긴다. 가령 노숙자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는 일은 참으로 봉사에 걸맞는 아름다운 행위이다. 그러나 봉사가 때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령 A식당과 B 식당이 있다고 하자. A식당은 원래 돈이 많아 돈을 벌기 보다는 사람들이 자기 식당에 와서 음식을 먹고 가는 것이 기분이 좋아 식당을 시작한 경우다. 그래서 교포들이 좋아하는 자장면을 단돈 5불에 제공한다. 많은 교포들이 고향의 음식이 생각날 때 찾아와 A식당의 자장면을 부담 없이 즐기고 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A식당의 자선에 가까운 자장면을 칭찬했다.
그러나 B식당의 경우는 A식당과 달리 봉사할 사정이 아니었다.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빚을 내어 식당을 차렸기 때문에 봉사보다는 이익을 내야 하는 식당이었다. 이익을 내야 다달이 렌트비도 낼 수 있고 또 아이들 학비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B식당은 5불의 자장면을 제공하는 대신 보통의 식당의 자장면 값을 받으면서 친절과 맛으로 손님들에게 봉사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싼값의 자장면을 제공하는 A식당은 사람들이 몰리고 B식당은 문을 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한 A식당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지만 엉뚱하게도 B 식당에게 피해를 준 셈이 되었다.
과연 A식당의 봉사는 바람직한 봉사였을까?
봉사는 자신에게 여유가 있는 시간의 일부나 돈의 일부를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다. 그러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그 시간과 돈을 자신에게 조차 부족하여 남에게 봉사할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문에서 보는 남의 봉사는 “나도 여유가 있으면 남에게 봉사할 수 있을 텐데”하는 질시와 함께 때로 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봉사가 때로 봉사를 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당장의 피해를 주기도 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봉사를 남이 모르도록 은밀히, 그리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진영 / 센터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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