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양심의 한계

2007-02-0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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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 마당

▶ 최정조/ VA

오래 전 세탁소를 할 때였다. 하루는 평소 사람 좋은 여 종업원이 20개 정도의 와이셔츠를 갖고 와서 세탁을 해갔다. 무슨 와이셔츠냐고 물어보니 손님이 맡기고 간 와이셔츠의 숫자가 인보이스에 표시된 것 보다 많아서 나머지를 챙긴 것이라고 했다. 표시된 숫자보다 많아도 그 손님의 것인데 돌려주지를 않은 것이었다.
세탁물을 다리는 과정에서 와이셔츠가 마른 상태가 되면 주머니에 든 것이 나타나게 된다. 이 일을 담당하던 직원도 둘째가라면 섭섭해 할 만큼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세탁물 주머니에서 돈이라도 발견되면 하늘이 준거라며 챙긴다고 한다. 와이셔츠 목 부분의 표시를 보면 주인을 찾아 줄 수도 있는 데도 말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큰 의미를 둘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착한 일을 하고 싶어진다. 복도에 떨어진 휴지나 잡동사니를 줍고 공중 화장실에 가면 손 닦은 휴지로 거울이나 수도꼭지 주변을 닦고 나오는 등 조그마한 일들을 하고 있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것저것 줍다 보니 돈을 주울 때도 있었는데 그것도 관리 사무소에 맡기니 주인을 찾아 줄 수 있었다. 팔 물건을 사러 갔다가 주문한 것 보다 많기에 돌려주고, 셀프서비스 하는 마켓에서 먼저 손님이 비닐 백에 담은 후 잊고 간 설거지 세재를 마켓 측에 준 적이 있다. 만약 그것이 큰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돌려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양심의 한계를 점쳐보는 것이다.
올해를 마칠 때쯤에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새해를 시작한다.
최정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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