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우의 이웃사랑
2007-01-17 (수) 12:00:00
미국 이민생활을 한지 8년째 접어들고 있는 60대 초반의 가장으로 감사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적는다.
한국에서 정신노동을 하다가 이곳에 와서 육체노동에 적응하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정신없이 지금까지 왔다.
3년 전에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서 하던 일을 중지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오기 시작하여 딸의 대학 등록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딸은 몇 번 쉬다 공부하다를 반복하며 3학기를 남겨 놓고 등록을 할 수 없는 형편에 처했다.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딸도 일을 하며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같은 교회의 교우가 우리 집 사정을 알고 나머지 등록금을 내고 싶다고 조용히 조심스럽게 말을 해왔다. 처음에는 참 당혹스럽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사실 동기간에 1,000달러 빌리기도 쉽지 않는 것이 이곳이 아닌가.
딸의 학비는 두 가지 장학금을 제외하고도 학기당 1만달러인데 그것도 3번이나 돕겠다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워낙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했기에 졸업 후 취직해서 얼마씩 갚는다는 조건으로 감사하며 받아들였다.
이민생활이 힘들고 각박하지만 그 속에는 희망과 사랑이 있기에 열심히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딸에게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남에게 다시 나누어 주도록 당부했다. 그것이 계속 되풀이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사랑이 넘치는 희망이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엘리지오 허/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