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일 큰 복

2007-01-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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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박석규/은퇴 목사

어느덧 새해를 또 맞이하였다. 이 한해도 어김없이 모두가 복 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복 중에 제일 큰 복이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인복’이리라.
인생은 만남에서 시작한다. 환경과 만나고 사건과 만나고 사람과 만난다. 어디 그뿐인가. 때로는 불행과 만나고 실패도 만난다. 무엇인가 시시각각으로 만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사람 잘 만나는 사람이야말로 복 중에 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 많이 든다. 사람 잘 만나는 그것이 복이다.
우리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만남을 안다. 삼중고의 헬렌 켈러와 가정교사 설리반의 만남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과 환난을 당했어도 사람을 잘 만나 그의 도움으로 역경을 헤치고 승리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사람을 잘못 만나 그 인생 전체를 크게 손해를 보고 심지어 송두리째 인생을 망쳐버리는 사람도 본다.
지금 사귐을 가지고 있는 내 주위는 어떤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가 한번쯤은 관심 있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나는 과연 나와 사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을까 도 반문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
다른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손해와 피해를 끼치는 사람은 아닌가. 남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어야 하겠다. 남을 도와주고 밀어주고 받쳐주는 사람이 되어보자.
이스라엘이 르비딤에서 아말렉과 싸울 때의 이야기가 구약성서 출애굽기 17장에 나온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명한 대로 아말렉과 싸우고 모세는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손을 들고 있으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이 내려오면 아말렉이 이기게 되는 전쟁이다. 그런데 이미 100세가 훨씬 넘은 모세는 오랜 시간 손을 들고 서 있다가 힘이 들고 피곤하고 지쳐서 더는 팔을 들 수 없게 되자 아론과 훌이 돌을 가져다가 모세를 앉히고 양쪽에서 모세의 팔을 붙들어 올려주어 해가 질 때까지 내려오지 않게 한다. 그리하여 아말렉과의 전쟁은 승리로 끝이 났다는 이야기다.
모세는 참으로 인복이 있었던 인물이다. 어려울 때 더는 지탱할 수 없을 그 때 아론과 훌이 옆에 있어 도와주었다. 우리가 아는 대로 훌은 유대지파 갈렙의 후손으로 모세의 누이 마리암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니 모세의 손위의 매형이오, 아론은 모세의 형이다. 이렇게 윗사람들이 처남이요 동생의 손을 끝까지 들어주어 승리하게 해준 것은 모세도 복 있는 사람이지만 그 두 사람은 더욱 위대한 인물이다.
새해가 되었다. 우리 모두 복 받는 한해가 되어야 하겠다. 그런데 복 중에 제일 큰 복은 다름 아닌 ‘인복’이다. 그러니 이 한해를 살아가면서 나와 관계된 사람을 헐뜯고 깎아내려서 피해를 주지 말고 격려하고 받들어주고 도움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어 복 받는 한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박석규/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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