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등반가 김장숙씨가 쓴 존 뮤어 트레일(JMT) 산행기 <1>
체력 단련-마스터 플랜…5년만에 결행
지난주까지 5회에 걸쳐 설암산악회의 김인호씨가 기록한 존 뮤어 트레일(JMT) 산행기가 연재됐다. 이번 주부터는 김장숙씨가 가족 친지와 함께 다녀온 존 뮤어 트레일을 역시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설암산악회의 JMT가 전문가들의 등반 여정이었다면 중년여성 김장숙씨의 JMT는 아마추어 산행기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치밀한 계획과 좋은 팀웍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을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치과의사 김장숙씨는 도전과 투지의 여성이다. 그녀는 미국에 온 지 3년째이던 1999년에 네 자녀를 데리고 40일간 미니밴을 운전하여 미 대륙횡단 여행을 하였고, 시간 날 때마다 2,300마일도 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구간별로 등반해 지금까지 500마일 등정을 마쳤다. 그녀가 기록한 JMT,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들어보자.
JMT의 도나휴 패스에 선 필자. 도나휴 패스는 따로 표지판이 없고 ‘앤젤 아담스 윌더니스’가 표지판 역할을 한다.
연중 7~9월에만 퍼밋…반년전부터 예약
위트니 포탈 경쟁심해 반대 코스로 바꿔
마라톤에 대한 나의 사랑이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첫 사랑이었다면 존 뮤어 트레일에 대한 나의 사랑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놓은 짝사랑이었다. 5년 동안 기다렸던 사랑의 고백이 이루어지기까지 나에게도 남다른 준비가 있었다.
우선 체력을 길렀다. 나는 작은 키에 150파운드도 넘었기 때문에 전 실력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꾸준한 달리기로 체중도 조절하고 다리의 힘을 신장할 수 있었다.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PCT(Pacific Crest Trail-서부의 산악지대를 따라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까지 가는 2,658마일의 아름다운 트레일)를 구간별로 하이킹했다.
둘째로 자료 수집을 했다. 책, 인터넷, 비디오를 통해서 존 뮤어 트레일을 간접 경험했다. 트레일 동안 끼고 있었던 책은 Guide to the John Muir Trail by Thomas Winnett and Kathy Morey이고, 즐겨 찾은 인터넷은 www.pcta.org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매달 업데이트된 물 사정, 계곡 형편 등의 정보가 보고되어 있고,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기록을 읽을 수 있다.
비디오는 PCTA에서 발행한 것으로 두개를 샀다. 하나는 South to North, 다른 하나는 North to South 방향으로 트레일을 가면서 풍경을 소개했다. 똑같은 산도 방향에 따라서 너무 달랐다.
지도는 메일 오더나 인터넷 오더를 했는데 그 중 실제로 이용한 것은 두 가지이다. 14장짜리로 나온 Tom Harrison map으로 자세한 지명을 체크하면서‘나무’를 보았고, 3장의 큰 지도(Yosemite High Country, Yosemite National Park, 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s by Tom Harrison Company)를 가지고 전체를 살펴보면서‘숲’을 보았다.
셋째로는 plan이 필요하다. 존 뮤어 트레일은 218.3마일의 긴 여정이므로 하루에 10마일을 걷는데도 20일이 넘게 걸리게 된다. 한번 집을 떠나서 thru hike를 할 것인지, 일주일씩 휴가를 준비하여 세 번에 나누어 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남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갈 것인지, 반대로 할 것인지에 따라서 시작하는 장소가 결정되고 그에 따른 퍼밋을 준비해야 한다. 남쪽 시작인 위트니 포탈은 경쟁이 심해서 신청한 후 추첨으로 결정하는데 나는 1월에 신청했으나 3월이 되어서야 안 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막상 위트니 정상을 오를 때 보니 위트니 포탈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누구나가 그 자랑스런 퍼밋을 백팩에 붙이고 있었다.
존 뮤어 트레일은 하이시에라 산들의 눈이 녹은 다음 그리고 눈이 오기 시작하기 전까지 하이킹을 허락하므로 7월에서 9월 중에만 가능하다. 그러니 반년 전에 퍼밋을 준비했던 것이다.
북쪽 시작인 요세미티의 해피 아일스 퍼밋은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직접 구할 수 있다. 다만 날짜마다 사람 수의 제한이 있으므로 일찍 시작해야 한다.
나는 2월에 시도했는데 무사히 6명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북쪽에서 남으로 가는 방향이 결정되었는데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고산증에 적응할 수 있는 1주일 가량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1만피트가 넘는 pass들을 아무 사고 없이 넘을 수 있었다. 제일 높은 Forest Pass (1만3,120 feet)와 위트니산(1만4,491 feet)은 남쪽에 있다.
당연히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디서 잘 것인가 계획해야 한다. 어떤 신발을 신고 옷은 얼마나 필요한 지도 연구해야 된다. 곰의 공격으로부터 내 식량을 보호하려면 곰통이 필요하다.
팔꿈치 길이에 허벅지 두께의 특수 플래스틱 밀폐 용기인데 아무리 잘 꾸려 넣어도 10일분 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식량을 중간에 보급 받아야 된다. 우리는 뮤어 트레일 랜치를 택했고 1달 전에 두개의 큰 버킷에 각종 식량을 넣어서 우편으로 부쳤다.
다음으로는 혼자 갈 것인지, 동행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혼자 갈 생각이 없었으므로 무조건 6명 퍼밋을 구해 놓고 사람을 찾았다.
PCT에서 만난 존경하는 서보경 선생님과 그의 아내 미지자 언니는 처음 말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맞아서 동행이 되었다. 그리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의 막내아들 세영이를 좋은 이유들을 들어 꼬시는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여름동안 놀러온 조카 남매 중에서 호기심 많은 마리아를 세계에서 드물게 인상적인 아름다운 코스를 구경시켜 준다고 유혹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아마추어 5명이 모여서 존 뮤어 트레일을 시작하는데 어떻게 도착해서, 어떻게 돌아올지 교통편이 문제였다. 여기가 서 선생님과 가장 의견이 많이 엇갈린 부분이었는데 결국은 잘 이루어졌다.
요세미티까지 미니밴에 두 딸과 두 아들 그리고 독일에서 온 조카들이 함께 갔다. 하루를 커리 빌리지에서 자고 우리는 JMT를 시작했고 남은 아이들은 이틀을 더 지내다가 차를 가지고 집에 가기로 했다. 서 선생님 부부는 요세미티에 차를 주차하고, 다른 산악인들(유재일씨 외-같은 시기에 부분적 JMT 하셨음)이 차를 쓰시도록 허락해서 Bishop의 Southlake trail head에 차를 옮겨놓았다. 만에 하나 성공적으로 위트니 산까지 갈 수 없을 때를 위한 준비였다.
짧게 코스를 조정해야 할 때, Bishop Pass를 통해서 그 곳 주차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일정을 마치면 위트니 포탈에서 미니밴을 가지고 픽업하러 온 큰 딸 아령이를 만나게 된다. 자 그럼,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또 얘기하기로 하자.
<존 뮤어 트레일의 남쪽 시작지점인 위트니 포탈. 김장숙씨 일행은 북쪽에서 시작해 이 곳에서 산행을 마쳤다. 오른쪽부터 김장숙, 마리아, 세영, 서보경, 서미지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