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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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판도라의 상자’

2006-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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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에 사로잡힌 단발의‘팜므 파탈’
룰루역 무명 브룩스, 불멸의 우상으로

거역하기 힘든 성적 매력과 소녀의 순진성을 함께 지닌 듯한 얼굴로 자기 주변 남자들을 여러 명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단발의 ‘팜므 파탈’ 룰루역의 루이즈 브룩스의 얼굴 하나만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걸작 무성 영화 멜로드라마다. 1929년 독일의 명장 G.W. 팝스트가 할리웃의 무명 여배우 브룩스를 기용해 만든 이 영화는 비도덕적이요 육체적 본능에 사는 룰루라는 여인을 거의 신화적 위치에 올려놓은 탁월한 작품이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방탕하고 타락한 시대를 배경으로 꽃 파는 소녀에서 나이 먹은 부자의 아내가 되었다가 남편을 살해하고 댄스클럽과 사창가의 여인으로 전락, 급기야 시리얼 킬러의 제물이 되는 룰루의 파란만장한 삶이 흑백 명암과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표현주의적 촬영에 의해 눈부시게 묘사된다. 베를린에서 악명 높은 나이트클럽 쇼걸로 많은 남자의 가슴을 녹인 룰루는 고급 창녀 노릇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런던 부두의 싸구려 창녀가 된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길 가는 남자를 유혹한 뒤 이 남자가 무일푼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를 자기 다락방으로 데리고 간다. 순수한 자선의 마음에서 행한 일인데 이 남자가 다름 아닌 런던의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 잭 더 리퍼. 그리고 룰루는 이 남자에게 거의 자발적으로 자신의 탐스런 몸을 내 맡기고 죽음을 택한다.
운명을 괘념치 않는 룰루가 타락의 길을 밟게 된 첫 동기는 자기 남편의 의지 약한 아들과 정분을 통하면서인데 이를 목격한 남편을 살해한 룰루는 여기서부터 도박장과 나이트클럽과 사창가를 전전하게 된다. 이 영화는 중세 시동 스타일의 헤어스타일을 한 부룩스의 표현하기 어려운 유혹미 때문에 많은 영화학자들이 그녀에 관한 글을 썼다. 캔사스 태생의 브룩스는 브로드웨이를 거쳐 할리웃에서 활약했으나 실패했는데 팝스트의 눈에 띄어 이 영화 하나로 불멸의 스크린 우상이 되었다. 각종 부록에 담긴 2장 디스크 DVD가 Criterion에 의해 나왔다. 4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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