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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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Aura) ★★★★(5개 만점)

2006-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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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 발작과 함께 광기가 시작된다

시종일관 분위기에 억눌려
흥미-충격주는 필름 느와르
다린의 선·악연기 자유자재

사기꾼들의 절묘한 한탕 범죄영화 ‘9명의 여왕들’을 감독한 아르헨티나의 화비안 벨린스키의 두 번째 범죄영화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벨린스키는 지난 6월 심장마비로 47세로 요절했다.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의 깊은 삼림을 무대로 벌어지는 강렬한 필름 느와르로 시종일관 억누르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작품이 특히 간을 조이게 만드는 까닭은 한탕을 하는 장본인이 간질환자이기 때문. 그가 언제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질지 몰라 긴장하게 된다.
삶에 실망하고 고독한 간질증세가 있는 박제사(리카르도 다린-영화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가 파타고니아의 산 속으로 사냥을 갔다가 실수로 남자를 쏴 죽인다.
그런데 이 남자는 카지노를 터는 범죄 음모자들 중의 한 사람.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멋진 범죄자가 되는 것을 환상해온 박제사는 죽은 남자의 신원을 자기 것으로 한 뒤 카지노털이 범죄에 가담하기로 한다. 이어 플롯은 반전을 거듭하면서 서스펜스를 깊숙이 하는데 누가 다음에 죽고 살 것인지를 몰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
두려움과 의심과 도덕적 혼란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영화로 전체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를 간간이 일어나는 액션이 깨어 놓는데 사실감이 강해(벨린스키가 각본도 썼다) 터무니없는 서푼짜리 범죄영화를 보는 것과 다른 강한 흥미와 충격을 받게 된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 사고와 범죄와 오인된 신원의 거미줄에 말려들면서 겪는 불안과 공포, 초조와 흥분감을 시무룩한 표정의 다린이 별 말도 없이 묵중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의 연기와 존재가 영화 전체에 가득한데 자비롭다가 갑자기 무자비한 자가 되는 연기를 자유롭게 해낸다. 서스펜스와 액션을 자유자재로 혼성해 가면서 보는 사람의 관심을 잠시도 이완시키지 않는 출중한 연출력을 구사한 튼튼하고 흥미진진한 범죄영화다.
138분. 성인용. 영어자막. 선셋 5(310-274-6869), 원콜로라도(626-74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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