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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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뮤어 트레일 200마일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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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탑 마운틴을 배경으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설암회원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그림을 보는 듯한 라옐 크릭의 맑은 물과 나무숲. JMT 구간 중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곳이 제법 많다. 물이 있는 곳엔 모기가 많기 때문에 방충망 착용도 필수다.만년설을 가득히 품고 있는 도나휴 패스.


캘리포니아 보고

만년설을 연상케 하는 두꺼운 눈으로 덮인 1만4,000피트 높이의 화강암 바위산과 토파즈 빛깔의 푸른 호수, 야생화 만발한 초장과 진동하는 폭포소리 등 존 뮤어 트레일(JMT)은 다녀온 많은 산악인들이 한결같이 경이로운 곳이라고 칭송하는 등산로이다. 미국 국립공원(National Park System)의 아버지로 불리고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의 창시자인 존 뮤어(1838~1914년)를 기념하여 1938년에 완결된 JMT는 북쪽의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에서 남쪽의 세코야-킹스캐년의 마운틴 위트니(Mt. Whitney)까지 211마일을 지칭한다. 자연을 벗하는 탐험가이자 자연보호주의자이며 수필가이기도한 존 뮤어는 스코틀랜드에서 출생해 미국에 이민 와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후 알래스카, 남미, 아시아 등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가운데서도 요세미티와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를 자신이 본 산맥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설암산악회는 지난달 3명의 멤버를 구성해 9일에 걸친 JMT 하이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캘리포니아의 보고 JMT를 설암산악회 김인호씨의 산행기와 사진을 통해 경험해 보고 초보자들의 산행을 위한 JMT 기본 정보를 알아본다.


고도 14,000피트 토파즈 빛 화강암 바위산… 완주에 20일 걸려

JMT 기본정보

200여마일의 존 뮤어 트레일은 하루 평균 10~12마일을 완주해도 약 20일이 소요된다. 중간에 마을이나 가로지르는 도로가 없어 식량과 장비 재보급을 받아야 한다. 등산로는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표지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시냇물을 건너가고 눈 덮인 패스(pass)를 지나는 등 장애물들이 있으나 암벽 등반을 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JMT를 계획하는 산악인들은 훈련을 통하여 40파운드 무게의 배낭을 메고 계속하여 10~15마일 거리를 등산할 수 있는 체력과 인내심을 갖추어야 한다. JMT는 퍼밋을 받기도 쉽지 않다.
초보자의 경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특히 열흘이상 긴 시간을 내서 하이킹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3일, 5일, 7일 등으로 나눠 JMT 구간을 도전해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단지 자동차로 도달할 수 지점에서 JMT까지 걸어 들어가는 거리가 보통 5마일에서 멀 때는 20마일까지 되기 때문에 이 거리를 추가로 계산해야 한다.
JMT를 부분적으로 횡단할 수 있는 중간 지점으로는 애그뉴 메도우스(Agnew Meadows), 레즈 메도우(Red’s Meadow), 모노 패스(Mono Pass), 에디슨 레이크(Edison Lake), 플로렌스 레이크(Florence Lake), 사우스 레이크(South Lake), 어니언 밸리(Onion Valley) 등이 있다.

푸른 호수 - 야생화 초원 - 폭포 ‘3색 조화’

엽서보다 예쁜 ‘등산 천국’

JMT 퍼밋받기 힘들어… 초보자는 구간 나눠 도전을

395하이웨이를 따라 JMT로 통하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1. 론 파인(Lone pine)~마운틴 위트니(Mt. Whitney) 하이킹-마운틴 위트니는 JMT의 가장 남쪽 지점이다.
초보자가 위트니의 정상이나 인근의 높은 지점까지 하이킹을 하기란 무리다.
위트니 포탈(portal)까지 자동차로 올라가고 포탈에서 위트니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의 중간지점인 론 파인 레이크(Lone Pine Lake)까지 도전을 해본다. 론 파인 레이크까지는 퍼밋이 필요 없다.

2.비숍(Bishop) 노스 레이크(North Lake) 혹은 사우스 레이크(South Lake)를 통한 하이킹-송어 낚시로도 유명한 비숍에서 168번 하이웨이를 타고 산으로 오른다.
산 중턱에서 길이 사우스와 노스 레이크로 가는 길로 갈라진다. 둘 중 하나를 택해 레이크에 도착한 다음 차를 세우고 JMT를 향해 하이킹을 시작하면 된다.
중간에 캠핑장소가 여러 개 있다. 하이킹 퍼밋은 필수.

3.톰스 플레이스(Tom’s Place)에서 록 크릭 로드(Rock Creek Road)를 따라 올라가는 하이킹-초보자는 유경험자와 동참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하이킹이다. 산세가 험한 곳으로 유명하다.

4.맘모스 스키장(Mammoth Ski Area) 인근의 레즈 메도우 하이킹-여름시즌(6~9월)에만 오픈하는 레즈 메도우에서 하이킹을 시작한다. JMT가 나오는 곳까지 말이나 노새를 통해 접근할 수도 있다.

5.요세미티 튜올럼 메도우(Tuolumne Meadow) 하이킹-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JMT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20번 하이웨이 티오가 패스에서 나오는 튜올럼 메도우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을 시작한다.
JMT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관련서적이나 웹사이트(http://alumnus.caltech.edu/~rbell/JohnMuirTrail.html)를 참조한다.

걷고 보고 느낀 절경속 9일

설암산악회 김인호씨 JMT 산행기

바람소리·새소리·폭포의 물소리
하이 시에라의 절경은 ‘숨소리’

8월4일 새벽 5시에 LA에서 출발하여 리틀 요세미티 밸리(Little Yosemite Valley)에서 하이킹이 시작됐다. 그런데 버날 폭포(Vernal Fall)와 네바다 폭포(Nevada Fall)로 이어지는 첫 산행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경사가 제법 심할 뿐더러 비도 심심찮게 뿌려댔다.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캠핑장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산행인들이 벌써 저녁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이중 일부는 JMT 여행자들이고 또한 일부는 3.5마일 거리에 있는 하프 돔(Half Dome)을 올라가려는 산악인들이었다. 얼른 저녁을 끓여먹고 잠자리에 드니 벌써 9시가 넘었다. 텐트 옆의 모닥불이 꺼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요세미티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산행은 튜올럼 메도우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평평한 푸른 초원이었다. 당연히 걸음걸이는 가벼웠고 무거운 배낭도 그리 큰짐이 되 않았다. 은근히 나머지 JMT 구간도 이 정도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든다. 약 3마일 지점에서 토패즈처럼 푸르고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곳에 당도하였는데 틴에이저들이 송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좌우로 초록의 침엽수들이 알맞게 솟아있고 멀리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맑은 물이 쉴 사이 없이 쏟아져 내리는 초원의 광경은 달력 속에서 본 그 풍경과 꼭 같았다.
6일, 이번 산행의 첫 번째 고비인 도너휴 패스(Donohue Pass)를 만났다. 1만3,000피트는 됨직한 높은 바위산에 눈이 덮여 있고 그 아래로 호수가 있으며 메도우 가운데로 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급하게 흐르는 물길이 급경사 바위를 타고 내리면 그대로 폭포가 된다.
JMT 산행 도중에는 사진으로만 알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소리이다. 바람소리, 새소리와 함께 진동하며 떨어지는 물소리는 빼놓을 수 없는 하이 시에라(High Sierra)의 숨소리이기도 하다.
7일, 맘모스에 있는 레즈 메도우 리조트까지 가는 날이다. 이 곳에서 식량과 장비를 재보급 받는다. 중간에 가넷 레이크(Garnet Lake)를 만난다. 맑고 푸른 호수 주변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었다. 호수를 둘러 가는 중 할아버지에서 손녀까지 같이 온 듯한 가족을 만났는데 모두들 가벼운 데이 팩(Day pack)을 하고 있어 물어보았더니 레즈 메오우에서 나귀를 타고 올라 왔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인당 약 60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1박2일의 나귀여행(Mule Trip)이 가능했다.
매일 맞이하는 JMT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단지 오후에는 고개(pass)를 넘어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는 부담으로 힘겹다. 중간에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한 크레이터 메도우(Crater Meadow)에서 약속이나 하듯이 일행 모두 카메라를 꺼내든다. 저 멀리 파인 트리가 빽빽한 모퉁이까지 희고 노랗고 연분홍으로 물든 초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풀리는 듯하다.
8일과 9일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긴 코스인 17마일의 퍼플 레이크(Purple Lake)부터 에디슨 레이크(Edison Lake)까지를 완주해야 한다. 새벽 4시부터 서둘렀다. 아침 6시30분에 버지니아 레이크(Virginia Lake)에 도착하니 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을까? 넓은 평원에 그림 같이 자리 잡은 호수에 아무런 인적이 없다. 넓은 바위에 버너를 놓고 물을 끓여 아침용 음식인 오트밀 블루베리(oatmeal blueberry)를 먹었다.
12일은 일정의 마지막 날, 정오 즈음에 파이웃 패스(Piute Pass)에서 나머지 설암 식구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즐거운 미소가 저절로 난다. 갑자지 무전기에서 반응이 왔다. 12마일 성능인데 그동안은 통화가 되질 않았다. 파이웃 패스를 거의 올라서는데 산악회 회원들이 반갑게 달려와 맞아준다.
회원들이 준비한 샌드위치가 꿀맛이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신선한 야채인가. 산행 식량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주차장까지 5마일을 내려온 후 자동차에 오르니 이제는 옛 문명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실감난다.
모두들 JMT 소감을 말하고 설암산악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좋은 산행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과 의견을 나누면서 인요 국유림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과의 잔치는 무르익어 갔다.

존 뮤어 트레일 퍼밋 관할 사무소

지역에 따라 캠핑과 하이킹 퍼밋이 필요한 곳이 있으므로 미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JMT 퍼밋을 취급하는 관할 사무소는 다음과 같다.
쪾Wilderness Management Office Box 545 Yosemite national Park, CA 95389, (209)372-0740
쪾Wilderness Permit Office Inyo National Forest 351 Pacu Lane Suite 200 Bishop, CA 93514, (760)873-2483
쪾Inyo National Forest Mammoth Mountain Ranger District Box 148 Mammoth Lake, CA 93546, (760)924-5500

정리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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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패스를 통과하는 당나귀 행렬. 짐과 사람을 나르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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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하기로 유명한 셀덴 패스를 멀리서 확인하고 있는 설암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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