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소련 붕괴후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 부상
▶ ‘자발적 핵폐기’ 이행…러시아 침공으로 ‘역사적 실수’돼
우크라, 에이태큼스 미사일 러시아 본토로 첫 발사 (서울=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와해 흐름 속에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갑자기 세계 3위의 핵무기를 보유한 독립국가가 됐다.
소련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던 핵무기를 철수하지 않고 무너진 탓이었다.
무려 1천240개의 전략 핵탄두와 176기의 SS-19와 SS-24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44대의 전략 폭격기(TU-160과 TU-95), 대략 2천개로 추정되는 전술 핵탄두 등을 우크라이나 영토에 그대로 남겼던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발사하기 위한 제어장치나 핵무기 격납고 운영기술 등 핵무기를 관리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냉전이 끝나고 미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자리잡자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스스로 핵폐기의 길을 선택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4회에 걸쳐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로 이전했다.
자국내 전략 폭격기들도 해체해 러시아로 이전하거나 비군사용으로 전환했다.
자발적인 핵폐기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국내에선 반대가 있었다. 특히 의회와 군부에서는 핵을 포기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정치적 군사적인 압박을 받을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체제 불안과 재정문제 등의 이유로 결국 핵폐기를 결정하고 이행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안전보장 약속과 재정지원이 큰 영향을 끼쳤다.
1994년 1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레오니드 크라프추크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핵포기를 위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각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비핵국가가 된다면 ▲미국과 러시아,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국경선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사용을 자제하며 ▲경제위협을 자제하고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가 핵공격을 받으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한 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상황이 변화면 다시 협의한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가 전체가 전쟁터로 변한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의 자발적 핵폐기가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각서(Memorandom)의 성격이 외교적 조약(Treaty)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핵폐기를 결정한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 지도부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비판과 반성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인 2018년 4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인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장 포기는 우리의 역사적 실수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핵의 그림자'가 다시 우크라이나에 드리우는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퇴임 전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여러 방안을 전하면서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제공을 제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과거 스스로 해외로 양도했던 핵무기를 반환할 수 있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국빈 방문중인 카자흐스탄에서 가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획득 시도를 막을 것이며 그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모든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러시아 본토 타격을 감행해 전황이 복잡해지자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변경해 우크라이나를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을 향해 '핵카드'를 검토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인 동시에 곧 등장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경험 많고 지적이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호평하며 "러시아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곧 취임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지,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반응이 결합돼 지역정세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향후 우크라이나전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