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큰 바위 얼굴
2006-08-29 (화) 12:00:00
김현희<주부>
얼마 전 한국에서 아이들을 위해 몇 권의 책을 보내 주셨다. 목록을 더듬어 보다가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책이 있었는데, 나다니엘 호손이 쓴 ‘큰 바위 얼굴’ 이란 책이었다. 중학생 때 교과서에서 읽어보고 참 좋아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새겨보게 되는 그런 책 중에 하나였다.
시골 마을에 사는 어니스트는 마을 앞 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을 동경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사람이 마을에서 태어날 거란 전설이 실현되길 소망하면서. 어니스트가 성장하는 동안 큰 부자나 높은 신분의 군인, 큰 바위 얼굴과 닮았음을 주장하는 대권주자가 마을을 스쳐지나가고 그때마다 마을은 술렁인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늘 조용히 뒤돌아 선다. 아무도 어니스트가 생각하는 큰바위 얼굴의 계승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돈만 아는 몰인정한 돈벌레이거나 거만한 군인이었으며 큰바위 얼굴을 이용해서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가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니스트는 꿈꾸는 소년에서 인정 많고 부지런한 청년으로, 지혜로운 노인으로 늙어간다.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큰 바위 얼굴을 새기면서 말이다.
어느날 큰 바위 얼굴을 노래한 시인이 어니스트를 찾아오게 되고, 어니스트는 그 시인마저도 자신이 생각한 큰 바위 얼굴의 계승자가 아님을 알고 실망한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언제나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해주고, 그런 어니스트를 보던 시인은 알게 된다. 언젠가 마을에서 태어날 거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다름 아닌 어니스트 임을.
마치 이 이야기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바꾸면 벤치마킹의 성공사례이다. 누군가를 간절히 닮길 원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바위 얼굴을 닮는다는 것은 단지 누구의 외모를 닮거나 하는 짓을 흉내 내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끈기를 가지고 자신을 준비하며 가벼운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를 비판하는 치열한 자기 성찰의 과정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산물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사는 차를 사고 배우들을 따라 다이어트나 성형 수술이 만행하는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가 대세를 이룬 지금, 우리는 진정 무엇을 바라며 누구를 닮아가고 싶은지, 이 우화 같은 동화는 담담히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