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봉사하는 마음

2006-08-2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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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김

많은 분들이 EB한인봉사회를 위해 봉사해왔고 또 지금도 많은 분들이 봉사하고 있다. 나도 서울에 있을 때 YMCA에서 어린이 지도자로 봉사한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 Children’s Hospital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봉사한 것은 아니었다. 풀타임으로 일하며 밤에는 학교까지 다녔던 터라 일주일내내 늘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원봉사 훈련을 받고, 일주일중 세시간을 Children’s Hospital에서 보냈다.
아이들은 참 탄력성이 있다. 만성병 환자는 병원에서 삶을 보낸다. 나는 간호사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을 돕고, 하루 종일 아이를 봐주느라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부모들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봐 주었다. 어느날 봉사 시간을 다 채우고, 막 나가려는 참인데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가서 할 일은 많은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텅빈 방에 갓난아이 혼자 울고 있었다. 울음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덥석 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이 아이를 맡은 간호사가 방에 들어오면서 우유 먹여달라고 부탁하는데 아무런 핑계를 댈 수 없었다. 우유병을 들고 침대 옆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십일된 갓난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우유를 먹였다.
태어난지 십일 밖에 안된 아이가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하고 왜 이렇게 혼자 있었는지, 부모는 또 어디로 갔는지 참 궁금했다. 내 품에 있는 아이가 불쌍하고 가여웠다. 하지만 순간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어떤 섭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가슴 깊은 곳에 눈물과 희열이 같이 밀려왔다. 아 이것이 봉사하는 기쁨이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목적으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결국 남을 도와주는 것보다 내가 성장함을 느낀다.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는 마음은 있는데 여유가 없어서 봉사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또 용기가 없어서 봉사를 못한다고 한다. 영어도 잘 못하고, 어색하고 민망하고 익숙하지 않은 생활이라고... 간혹 청소년들이 열심히 자원봉사하는 것을 주위에서 본다 그런데 그 자원봉사가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님의 일시적인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다.
봉사는 날마다 우리가 사는 삶이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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