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오빠들의 난

2006-08-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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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주부>

최근에 종영된 ‘어느 멋진 날’이란 텔레비전 미니시리즈에서는 늘 그렇듯이 한 여자를 둘러싼 여러 명의 남주인공이 포진 되어있었다. 그러나 좀 다른 것이 있다면 <가을동화>이후로 내려온 ‘오빠물’의 확대 재생산(?)이다.

여주인공에게는 언제나 부르면 달려오는 수퍼 오빠들이 두 명이나 있다. 둘 다 부모님은 다르지만 호적상으로는 오빠들이 분명한 이 두 남자들은 이른바 ‘오빠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드라마 내내 동분서주한다. 이렇듯 한명도 모자라 둘씩이나 등장하는 오빠 소재 드라마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평생을 걸쳐 지켜주는 순정남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빠물’금기를 건드리는 소재이기도 해서다.


드라마라는게 기본적으로 갈등을 근간으로 만들어지는 장르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금기로 여기는 소재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한때 이혼녀와 총각의 결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었던 것도 연상녀 연하남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사회가 자꾸만 개방되고 예전에는 금기시 여겼던 것이 이제는 점점 주류 문화 안에서 용인되어가는 추세가 되니, 마지막 미개척지로 만난 것이 바로 가족에서의 이성애적 사랑이 아닌 가 싶다. 유구한 유교 문화의 전통이 흐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족윤리는 삼강오륜이란 이름으로 뼈에 새기고 있으니 말이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다모>도 친혈육인 오누이가 사랑을 나누고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올드보이>라는 영화는 비록 서로 몰랐다 하더라도 아버지와 딸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가족간의 이성애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살짝 겁이 난다. 사회적 금기라는 것이 사람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라면 마땅히 깨져야 할 일이지만 가족안의 윤리란 금기를 넘어서 인간문화가 이룩해 놓은 유산인데 이를 깨져야 할 금기처럼 다루는 것은 불편한 일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시청율도 좋지만 대중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즐기는 사람 모두 재미나 인기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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