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자녀의 마음
2006-08-18 (금) 12:00:00
황희연<수필가>
집에 막 도착을 하니, 그 큰 눈이 벌겋게 충혈 되었고, 얼굴은 꾀죄죄, 몇 번 울었던 모습이 역력한데, 으아~앙 하고 울음을 터 뜨리는 딸아이를 보았다. 「아니, 쟤가 무슨 일이 있나?」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흑흑거려, 그냥 내버려 두며, 「그래, 시~일컨 울어라~」,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아~ 어디 갔었어」하며 또 운다.
「아니, 애가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말 찿고 난리야, 엄마가 도망이라도 가니? 어딜 못 가요, 내가. 겨우 십분 집 비웠다. 별 웃기는 애 다 보겠네. 빨리 씻어! 남세스럽다야!」 면박을 주고,셀폰을 열어 보니 무려 16번의 Missed Call.
학교가 끝나고, 철봉 밑 모래밭에서 공기놀이 하고 가자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급한 맘으로 대문을 들어서며, 「엄마아~」하고 부를때 늘 듣던대로, 「아이구 이제 오는구나!」를 예상했는데,집 안이 조용하면 더 큰 소리로, 더 빠른 소리로 엄마를 불러댔다. 그래도 대답이 없으면, 맥이 빠지고, 쭈그리고 앉아 훌쩍 훌쩍 거리는데, 뒷 마당에서 「이제 왔니?」 하고 나오시는 엄마를 보면 그냥 울어댔다.
엄마를 본 반가움에, 엄마가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는 서운함에, 뭔지 모르는 서러움에 마냥 울어댔다.
등을 쓸어줘도, 미싯가루 한 사발을 타 주고, 귀한 탱가루 오렌지쥬스를 더 타서 줘도, 결국은 허구한 날 운다고 혼이 날 때까지 울었다.
엄마는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르는거야.
내가 얼마나 엄마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애들이 놀자는데도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 왔는데.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따라 다닌다고 혼만 내는 엄마 나뻐, 진짜 나뻐.
별별 생각에, 별별 고민을 다하며 입 높이가 코 높이와 같아질 때까지 울었다. 단발 머리를 할 그즈음까지 그랬다.
천상 나다, 딸아이가.
딸아이도 엄마를 좋아해서 그렇게 16번씩이나 전화를 해가며 찿았을텐데, 겨우 하는 말이 남세스럽다니.
꽃물 들인 손톱만큼이나 붉은 눈으로 얼마나 걱정하며 전화를 눌러댔을텐데, 엄마가 도망이라도 가니라니.
이제 막 말라 붙은 무릎위 딱지를 일부러 돌려가며 떼어내면서, 엄마가 왜 이리도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고 울었던 그 마음 그대로, 빈 집에서 엄마를 기다렸을텐데,
미안하다 너의 예쁜 그 마음을 몰라줘서.
고맙다 엄마를 좋아하고, 사랑해줘서,
사랑한다 너의 모든 것을.
그리고 한마디 더, 엄마도 네가 올까봐 서둘러서 막 오는거야,내가 좋아하는 내 딸을 맞으려고, 엄마 맘 알지?
엄마도 니 맘 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