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거저 주는 사랑

2006-08-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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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옥 <피아니스트>

지난주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레이크 타호 근처를 다녀왔다. 처음 오셨을때는 이곳 저곳 함께 여행도 자주했는데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해 죄송했었다. 전에도 오셨던 곳이고 딱히 즐길만한 것도 없어 모시고 오면서도 내심 염려를 했는데 두 분은 오가는 내내 산과 나무, 바위를 보면서도 즐거워 하셨고 아무 재미없는 기차를 타고 가파른 길을 드라이브 하는것 만으로도 좋아하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두 분은 굳이 볼 것을 원하지도, 할 것을 원하지도 않으셨던것 같다. 그저 함께 왔다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으셨던 것이다. 작은것에 감사하고 자식들에게 고마와 하시는것. 아마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럴것이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그렇다. 비싸지 않아도 엄마를 생각해 셔츠하나 사 주는것이 고맙고, 먹다가 맛이 있어 맛보게 해 주고 싶었다며 박스에 남겨온 마음이 눈물겹다.
나도 부모이기에 아이들에겐 마음만으로 고맙고 작은 표현하나도 고마우면서 자식으로서 부모에게는 그 마음도, 표현도 항상 부족했던 것 같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어렸을적 아무 생각없이 불렀던 노래를 이곳 미국에 처음왔을때는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목이메어 끝까지 부를 수 가 없었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를때 까지는 그 뜻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주 조금 이해할 듯하다. 그렇다고 내 아이들이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안다고 해도 다 아는것이 아닐것이다. 옛 어른들에 비하면 우리는 더 편하게 아이들을 키웠고, 또 내 아이들은 더 편하게 그들의 자녀를 키울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있겠는가?
작은것도 큰 것처럼 마음으로 받으시는 사랑. 내 몸은 아파도 자식이 건강하면 그것으로 감사하다 하시는 사랑.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는데 전화 한 통으로 고맙다하시는 사랑. 그저 주고도 더 주고도 싶으신 마음, 그 사랑... 나도 내 자녀에겐 그런 마음이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면 고맙고, 자식이 아프면 대신 내가 아팠으면 싶고, 무엇이든 가지고 싶어하면 내가 없어도 주고싶다. 부모에게 다 하지 못하면서 자식에겐 더 주려한다. 그것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거저 주는 사랑... 오늘은 웬지 멀리 계신 시어머님이 생각난다. 가 뵙지도 못하는 못난 며느리지만 그리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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