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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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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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도’ (Changing Times) ★★★(5개 만점)

다시 만난 첫사랑… 감정의 고뇌 그려

노배우 드뇌브-드파르디외의
화학작용 완벽… 노련한 연기


우아하게 늙어 가는 카트린 드뇌브와 코주부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30년만에 재회하는 첫 사랑으로 나오는 차분한 성인용 드라마로 두 노련한 배우의 화학작용이 완벽하다. 다소 우울하고 씁쓸한 기운이 감도는 프랑스 작품으로 감독은 앙드레 테시네.
두 중년 남녀의 아프리카 땅에서의 오랜만의 재회를 중심으로 섹스 대 사랑, 세대간 관계, 동성애, 잘 사는 유럽과 못사는 나라간의 간격 외에 마법과 약물중독까지 다룬 드라마다.
성공한 건축기술자 앙트완(드파르디외)은 아프리카의 풍광이 수려한 해변 도시 탄지에에 미디어통신센터를 건축하기 위해 온다. 그가 여길 찾은 또 다른 이유는 이 곳 방송국서 프랑스어 방송을 하는 자신의 첫 사랑 세실(드뇌브)을 만나려는 것. 앙트완은 30년 전의 사랑 세실을 못 잊어 지금까지 미혼이다.
세실은 연하의 모로코인 의사남편 나탕과 사랑이 다 식은 삶을 산다. 앙트완의 도착과 거의 비슷하게 프랑스에서 세실의 아들 사미가 무슬림 동거녀 나디아와 그녀의 9세난 아들을 데리고 휴가차 어머니를 찾아온다.
그런데 사미의 탄지에 방문의 진짜 이유는 파리서 사귄 동성애 연인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이들 외에 드라마의 또 다른 인물은 서로 6년간 못 본 나디아의 쌍둥이 무슬림 자매로 나디아를 만나기를 거절하는 보수적인 아이샤. 아이샤는 극 후반부에서 나탕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데 세실을 못 잊어 슬픈 강아지 표정을 짓는 앙트완과 달리 그를 만난 세실은 남자와의 관계 재연결을 거부한다. 앙트완은 세실이 자기를 다시 사랑하게 하기 위해 마법의 힘까지 빌린다. 그리고 앙트완이 공사장에서 큰 사고를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세실이 그의 병상을 찾는다.
복잡한 내용이지만 정교하게 잘 짜여졌다. 신파극이 될 수 있는 멜로적 요소가 많지만 테시네는 감정을 절제해 가며 엄격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성인용.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가브리엘’(Gabrielle) ★★½

프랑스 명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하는 의상극으로 갑자기 내부 폭발하는 결혼관계를 그린 드라마다. 대사와 연출 등이 모두 연극 같은 영화로 말이 많은데 마치 연극을 촬영해 놓은 것 같다. 연극광들이나 즐길 영화로 보통 사람들이 보려면 답답함과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위페르와 그녀의 고지식하고 통풍이 전연 안 되는 남편 역으로 나오는 파스칼 그레고리의 연기와 의상과 세트 등은 좋다. 원작은 조셉 콘래드의 단편.
1차대전 직전의 파리. 작가이자 정치인인 부자 장의 아내 가브리엘은 총명하고 품위 있는 사교계 여성. 어느 날 장이 저녁에 집에 돌아와 가브리엘이 남긴 연인을 찾아 집을 떠난다는 편지를 발견한다. 그런데 가브리엘은 가출 후 얼마 안돼 ‘실수’라며 귀가한다.
뮤직홀(310-274-6869).

‘하강’(The Descent) ★★★

6명의 젊은 여자들이 산 속 동굴탐사에 나섰다가 추락, 암흑천지인 동굴 속에 사는 괴물인간들에게 뜯어 먹히면서 비명이 터지고 피가 화면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영국산 공포 액션영화. 폭력과 유혈과 잔인성이 너무나 끔찍하고 막가파식이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겐 재미있겠지만 아무나 보고 즐길 영화는 아니다.
6명의 여자친구들이 아팔라치아 산 속 동굴탐사에 나섰다가 출구가 굴러 떨어진 바위에 막히면서 지하의 미로 같은 터널을 방황하며 나갈 길을 찾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한 때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암흑에 적응해 눈이 없는 허기진 식인괴물(‘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닮았다)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친구들은 제 목숨을 위해 서로를 배신한다. R. 전지역.

‘심야 청취자’(The Night Listener) ★★½

음산한 분위기를 지닌 미스터 서스펜스 드라마로 진실과 허위와 창작에 관한 이야기.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으스스한 색깔과 내용을 지녔는데 로빈 윌리엄스, 토니 콜렛, 로리 컬킨(매컬리 컬킨 동생) 등이 나오지만 강렬한 흥미를 끌만한 자극이 부족한 영화다.
최근 동성애 애인과 헤어진 심야 인기 라디오쇼 호스트가 자신의 과거의 악몽과 같은 경험을 전화로 들려주는 조숙한 14세난 소년 팬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방송인은 이 소년의 거주지를 찾아가 양모와 사는 소년의 대리 아버지 노릇을 해가며 소년의 글을 출판하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인은 소년의 이야기에 의심을 갖게 되면서 소년의 정체마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진실을 찾아 소년의 뒤를 캔다. R. 전지역.


‘시암 쌍둥이 가수’(Brothers of the Head) ★★★

1970년대 중반 영국 록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슴이 붙은 탐과 배리 하우 형제 펑크 록밴드의 이야기로 사전 지식 없이 보면 실제로 있었던 형제에 관한 의사 기록영화로 알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허구로 비극적이요 정열적이며 또 사납고 퇴폐적인데 특히 시암 쌍둥이는 아니지만 일란성 쌍둥이인 해리와 루크 트레다웨이의 전력투구 연기가 뛰어나다. 영국 영화.
가난한 해변 마을서 태어난 탐과 배리는 18세가 되면서 아버지에 의해 록 흥행사에게 팔린다. 이 흥행사는 가혹한 매니저 닉을 고용, 형제에게 ‘뱅뱅’이라는 밴드 이름을 지어주고 맹훈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두 형제는 후진 술집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면서 큰 인기를 모으나 사고로 밴드의 생명이 조기 종결된다. R. 1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아푸 3부작’(Apu Trilogy)

소년의 눈을 통해 본 인도, 인도인들

아름다운 화면, 탁월한 연기
인간성과 감정 가득한 수작

병상서 오스카 특별상을 받은 인도의 거장 사티아짓 레이가 소년 아푸를 통해 본 인도의 시골 및 도시 모습과 인도 서민들의 일상으로 뛰어난 걸작이다. 지극히 아름다운 화면과 인도 고유음악 그리고 좋은 연기와 기록영화와도 같은 사실적인 내용 등이 모두 뛰어난 작품으로 인간성과 감정이 가득하다. 결코 놓쳐서는 안될 경건하고 심오한 영화로 자녀들과 함께 꼭 보도록 권한다. 3부작은 5일, 11일, 12일에 LA 카운티뮤지엄 빙극장(5905 윌셔)에서 각기 상영된다(상영시간 하오 7시30분).

5일
▲‘파더 판찰리’(Pather Panchali·1955·흑백·115분)- 레이의 데뷔작. 벵갈의 시골에 사는 가난하나 교육을 받은 브라민 계급의 어머니와 그의 어린 아들 아푸의 하루하루가 힘든 삶을 통해 인도 서민들의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시적이요 사실적으로 그렸다. 영화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의 거장 아키라 쿠로사와는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얘기를 힘들이지 않고 그림처럼 그린 영화로 보는 사람의 가슴에 깊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음악은 인도의 거장 라비 샨카르.(사진)

11일
▲‘아파라지토’(Aparajito·1957·흑백·110분) - 1920년 갠지스 강가의 마을 베나레스. 10세가 된 아푸가 성장해 캘커타에서 대학에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도시생활을 시작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 있는 인도 문화에 대한 통찰력 있는 초상화이자 상실과 기회와 인내에 관한 인간 수용력에 대한 명상이다. 1957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 수상작.

12일
▲‘아푸의 세계’(1959·흑백·117분) - 불가피하게 학업을 중단한 아푸는 직장을 못 구하자 자신의 삶을 글로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골 처녀와 결혼해 아들을 낳는다. 결혼 첫 해는 행복하지만 아들을 나으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아푸는 먼 곳에 있는 광산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푸의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돌봄을 제대로 못 받는다. 삶의 윤회를 시적으로 그린 아름다운 3부작 최종편이다.

‘헛간 앞마당’(Barnyard) ★★★½

채식주의자 주인이 소유한 농장에서 사육되는 소와 닭과 양 등 온갖 가축들이 사람처럼 두발로 서서 말을 하는 즐거운 만화영화. 특히 컨트리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이 신나고 경쾌하다. 이 헛간 앞마당 가축들의 영웅은 장난 심하고 축생을 즐기는 젊은 수소 오티스. 오티스는 양아버지가 가축들을 공격하는 카요티들과 혼자 싸우다 죽자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축들의 대표가 된다.
영화는 오티스와 동료 가축들의 헛간에서 벌이는 노래와 댄스파티와 이들이 이웃의 차를 훔쳐 타고 즐기는 조이 라이드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티스와 오티스의 아버지 살해범 카요티와의 대결전으로 장식된다. 대니 글로버, 샘 엘리옷, 코트니 칵스 등 음성연기. PG. 전지역.

‘파벨라 봉기’(Favela Rising) ★★★½

파벨라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악명 높은 산동네 빈민가를 일컫는다. 이 영화는 살인과 마약이 판을 치는 치외법권 지역인 이 파벨라의 소년들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프로 레게라는 20인조 연주와 춤 단체를 조직한 앤더슨사에 관한 기록영화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9870부터 2001년까지 살해당한 미성년자는 총 3,937명. 이들은 모두 마약관련 갱간의 총격전 희생자들이다. 파벨라 출신인 앤더슨은 소년들을 마약범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음악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 하에 20명으로 구성된 드럼, 랩, 펑크 그리고 댄스팀을 조직 우범지역 사회개혁 운동에 나섰다. 영화는 달동네 주민들의 참혹한 현실담과 부패경찰의 무차별 주민학살 그리고 갱간의 총격전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정열과 신념에 찬 감동적 작품으로 헥터 바벵코의 영화 ‘피쇼테’(1981)가 생각난다. 성인용. 쇼케이스(323-93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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