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자영업>
그가 아홉 번 잘 할 때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한 번만 잘 못하면 사랑한다고 한 말을 취소하고 싶다. 그래서 나의 말 한마디 칭찬에 어깨가 한 치 올라 갔다가도 말 한마디의 핀잔에 어깨가 두 치로 내려 앉는 사람이다. 성장해 감에 따라 자기 주장이 점점 강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의 장점은 나를 닮았지만 아이의 모든 단점을 유전 시켰다는 책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래도 응 저래도 응 해서 그의 중심을 읽을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똑똑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와 늘 같이 있어도 보고 싶고 무덤까지도 같이 가고 싶다가도 가끔은 떨어져 있고도 싶다. 어쩌다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이 산 높이를 능가하여 다시 만나면 무척 잘 해 줄 것 같은데 생각했던 만큼 잘 해 주지 못한다. 이 것을 변덕이 죽 꿀 듯 한다고 하는 것인지.
그런데 그가 많은 사람들 앞에 서있는 것을 보면 내가 그 자리에 선 것처럼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떨린다. 그래서 그를 일컬어 나의 한 몸인 사람이라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그 사람에게 변화가 왔다.
그 변화를 말하자면 별로 성질을 부리지 않던 사람이 신경질을 낸다. 상냥하던 말씨가 틴에지 아이처럼 뚝!뚝! 잘라 말한다. 그냥 할 말도 목에 핏줄을 좀 올리고 퉁명스럽다. 늘 하던 일인데 평소보다 무성의하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에게도 쉽게 노여워하고 섭섭해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어딘가 가고 싶다고 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보니 여자들 생리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 아닌가. 남자들도 뒤 늦게 생리를 하나? 만약 그렇다면, 매 달하던 여자들 보다 한 꺼 번에 하니까 그 기간은 얼마일까? 그러면 증상도 오래 갈 터인데….
이제껏 여자인 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참아주며 인내한 그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 참자, 참아주자.
사랑과 관심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일 때에 그 효과는 엄청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리가 끝난 여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핀 얼굴이어서 여자의 마음을 변덕부리는 날씨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그래 한 번도 하지 않던 생리를 한 꺼 번에 하느라 애쓰는 그에게 오히려 동정하고 위로하자.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고 나면 꽃이 슬로우 모션으로 피어나듯 미소를 지을 날이 올 테니까.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빠로써 크고 작은 일들을 홀로 끌어 앉고 눈물도 남의 것인 양 마음대로 흘릴 수 없었던 사람이다. 위로는 부모님을 생각해야 하고 아래로는 아이들과 나를 위해 자기 자신을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리고 말을 아껴왔던 사람. 속으로 쌓인 그 응어리들 제 2의 사춘기라는 생리를 하여서라도 이제 녹여 버리고 노년을 맞아야지. 그래서 건강해야지.
오늘은 나의 한 몸인 그 사람을 위해서 말 한마디의 칭찬이 아니라 여러 마디를 하여서 어깨를 두치, 세치쯤 올려 주어야겠다. 그리고 아래로 쳐지지 않도록 나의 생각과 말에 파수꾼을 새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