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 롱 피크의 경사진 곳에 거목(巨木)의 잔해가 있다. 엄청나게 큰 나무이기에 운전하다보면 누구나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식물학자는 이 나무의 수령을 400년으로 본다. 그러니까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 때 이 나무는 막 싹이 튼 떡잎이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정착했을 때도 이 나무는 사람들의 평균키보다 작았다. 이 나무는 평생 14번씩이나 벼락을 맞기도 했다. 산사태나 폭풍이 4세기의 긴 세월 동안 몇 번이고 내습했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그 근처의 같은 종류의 나무들이 다 쓰러졌어도 이 나무만은 견디어 냈다.
그러나 이 나무도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원인은 하찮은 딱정벌레 무리들이 나무의 외피를 뚫고 침입했던 것이다. 눈에 얼른 띄지도 않고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딱정벌레들의 간단없는 공격에 의하여 거대한 나무의 생명력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이 일화는 인간은 흔히 눈앞 큰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대처하면서도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과 작은 일, 하찮은 일에도 관심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크고 작은 고난의 연속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체가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때로는 좌절하고 억장이 무너져 내릴 때도 많다.
그러나 인간은 판단력과 인내력이 있어서 고통의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다. 거기에는 꿈과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은 현실보다 강하다고 한다.
지난달 버지니아 한 교회에서 열린 강영우 박사의 간증 집회에 참석하여 많은 은혜를 받았다. 강 박사는 고난은 인생의 축복이며 본인의 실명은 위대한 삶에 도전하는 훈련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육체와 정신의 고통은 마음을 비우고 버려야만 없어진다. 기억 한편에 묻은 분노, 고통과 상처 등 부정적인 감정을 지우면 의식 레벨은 맑아지며 자존심은 높아진다.
그래서 삶의 긍정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의 삶 속에서 다가오는 작은 어려움은 놓아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깨를 눌러 힘을 빼고 발목을 잡은 굴레에서 벗어나 잠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풀어 버릴 때 거기서 다시 새로운 힘이 생기지 않는가.
인간에게는 누구나 새로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짧지 않은 나의 생애를 돌이켜보면 시련과 고통의 세월도 많았다. 그러나 하느님은 늘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어려움을 주시고 몇 배의 위로와 사랑으로 갚아주신 것 같다. 하느님 은혜에 늘 감사하며 가족, 이웃,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채수희/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