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목련꽃이 필때면…

2006-05-3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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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선<자영업>

만연한 봄날은 산과들의 푸르름을 더하고 각양색색 꽃들이 세상을 매료시키는 요즘…때아닌 늦비가 사방을 촉촉히 적시고 어두운 잿빛하늘은 어제의 평온을 거부하듯 온세상을 회색으로 물들여 적막하리 만큼 고요한 오늘…

작은딸아이의 단짝친구인 은현이가 24살의 곱디고운 나이에 세상을 이별한지 사흘째가 된다.
힘겨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동그란 예쁜 얼굴에는 언제나 환한미소를 띄고 살갑게 인사를 건네던 그 은현이가 끝내 우리곁을 떠났다니 땅도, 하늘도, 못내 서러워 온천지를 적시우며 흐느끼는가보다.
다정한 벗을 떠나보내야하는 딸아이의 슬프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눈물의 기도로 밤을 지새우니 그 부모님생각에 손이라도 잡아드리려고, 흐르는 눈물이라도 훔쳐드리려 달려가 보니 딸과의 이별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듯 너무나도 애절하게 딸아이방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들…
평소에 좋아했다던 곰인형들, 손뜨게를하다만 실타래, 꼼꼼히 적어내려간 노트, 체취가 그대로 숨쉬는듯한 옷가지들…
유난히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안은채 그 침대에 엎드려 흐느끼는 엄마의 애통함은 정말 자식을 앞세우면 부모의 가슴에 못질을 한다더니…
그 슬픔이 내슬픔되어 들어선채 아무말못하고 그저 두손잡고 흐르는 눈물을 지켜볼수밖에…
지난 3년 딸아이의 투병생활동안 차곡차곡 쌓았던 부녀지간의 수없는 사랑의 대화를 회상하며 미쳐 준비못한 빠른 이별이 못내 아쉬워 아이의 유품을 한없이 쓰다듬는 아빠는 끝내 목이메어 말을 맺지못한다.


소리 없이 많은 비가 내린 오늘 은현이의 장례식이 있었다
남겨둔 부모, 형제, 친구들은 어찌하라고 사진속의 은현이는 너무나도 해맑게 웃고 있었다. 막 피어난 하얀 목련꽃처럼…
잠시 이 세상왔다가는 짧은 생애의 은현이는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냥 그렇게 떠나보낼수 없기에 가족들은 그 아이 영정앞에 마지막 눈물의 대화를 나누었다
은현아!
너의 숨결과 미소가 아직도 가슴가득한데 이렇게 너를 떠나보내려니 너를 더 지켜주지못하고 좀더 긴시간 함께해 주지 못한 이 부모를 용서해다오
좀더 많이 사랑해주지못하고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이 엄마, 아빠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단다 너와의 마지막밤이 되고만 그날밤…
애써 미소지으며 “엄마 아빠 미안해요! 사랑해요! 하며 남긴 그말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이젠 고통의짐 모두 내려놓고 편안한 그곳에 먼저가 있거라.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 다시만나 나누자꾸나”

은현이는 그렇게 우리곁에 잠시 머물다 떠났지만 사랑할때와 이별할때를 이토록 아름답게 깨닫게 해주었고 사람사람마다의 소중함을 그 화사한 미소속에 심어주었다.
목련꽃피는 봄이 올때면 먼저간 은현이를 다시 본듯해 두팔벌려 힘껏 포옹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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