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꿈을 꾸는 아이

2006-04-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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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선<자영업>

얼마전, 딸아이 앞으로 온 편지가 있기에 건네주면서 누구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제방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아이의 방을 정리하다가 책상위에 놓인 그 봉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열어보게 되었다. 예의가 아닌줄 알지만 그것으로 인해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편지는 딸아이가 9학년때, 그러니까 2003 년에 써놓은 것이었는데 선생님이 3년동안 보관해두었다가 졸업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보내준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런 편지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당시 자기가 가르쳤던 학생들이었으니 그 숫자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써 선생님의 정성에 고개가 숙여진다. 또한 그 뜻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아이들마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겠지만, 학창시절 동안 무엇을 이루었는지 점검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대학이나 사회로 발을 내딛기 전에 새로운 꿈을 갖게 하고픈 뜻이 담겨져 있음을 짐작해보았다.

앞장은 고등학교 시절에 이루고 싶어하는 ‘goal’에 대한 것이었는데, 진학하고 싶어하는 대학, 클럽활동부터 시작하여 키, 몸무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고, 뒷장은 먼훗날 생을 마감하였을때 자신에 대해 쓰여질 신문기사의 내용이었다. 갑자기 흥미진진해졌다. 내 딸은 세상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어하는 꿈을 가졌을까? …age of 82, died yesterday from old age. 로 시작되는 글을 읽으면서 마치 미래의 어느 독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코끝이 찡해왔다. 죽는 순간까지 왕성하게 봉사활동을 하였던 여인, 그리고 장례식장 분위기, 직업, 은퇴후의 활동사항, 기부금, 아이들 이름, 그리고 죽기전까지 쓴 마지막 책은 그 수익금이 모두 고아들을 위해 쓰여질 것과 무엇보다도 베스트 아내, 엄마였으며, 노력하는 삶을 살았던 이시대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는 것으로 끝이 맺어졌다 .
매번 바뀌는 꿈일지언정 그것은 시들은 영혼에 촉촉히 내리는 비와 같다. 그러니 꿈을 꿀줄 아는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게다. 아이에게 무엇을 위하여 꿈을 가져야 하는지 조언도 해보면서 오랫만에 유쾌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고맙게도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가진 아이기에 꿈을 이루기에 앞서 열심히 생을 살아갈 것을 의심치 않는다. 가을에 수확하는 열매처럼 잘 익어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처럼 대학에 가서도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을 선생님이 보내준 글을 계기로 나누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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