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마흔 즈음에

2006-04-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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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공예가>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 뿜은 담배연기 처럼 / 작기 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 점점 더 멀어져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음악을 틀어 놓고 청소를 하다가 문득 손을 멈추었다. 청소용으로 틀어 놓은 쿵쾅거리는 음악들 가운데 갑자기 조용한 음율이 바쁜 손을 멈추고 귀를 귀울이게 한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이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서른이 넘었었나, 안 넘었었나, 아뭏든 같은 30대로서 마음을 잘 표현 했구나,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는 내 평생이 다 30대일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난 어른이 안 될 것만 같았던 것처럼 …
내가 중학생쯤이였을때 동생과 이야기하다가, 어머니가 40살이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에 대하여 실강이를 한 적이 있었다 . 동생은 40살이 넘었다고 했고, 난 아직 안 넘었다고 했다. 둘이 다투다가 어머니께 달려가 어쭤보았다. 아마도 그 때 어머니는 약간 황당하다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40살이 넘은 지가 언제인데 그러냐고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실은 내가 어머니보다 더 놀랐었다. 그리고 그때는 나에게 평생 40살이라는 나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번 주로 나도 꽉 찬 만 40세가 되었다. 멍~ 하다. 40이라는 숫자가 그리 낯설 수가 없다. 하긴 30이 한참 넘어서면서부터는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뺄셈을 해 가면서 제 나이를 이야기 하거나, 태어난 년도를 이야기 하곤 했으니 , 아직 난 30하고 친해지지도 못했다. 그런데, 벌써 40이라니.
/비어가는 내 가슴속에 /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가슴이 비어 간다는 이 표현이 참 가슴시리게 다가온다. 어릴 적 오렌지 소다 한잔이면 세상이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 맘대로 오렌지 소다를 마실 수 있게 되었어도 세상이 다 행복하지는 않은 지금은 , 무엇으로 내 가슴을 채워야 할까.
딸아이가 이번 주 내내 나만 보면 40살이 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또 묻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딸아이도 자신은 40살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것 같다. 그러면서 왠지 안 됐다고 제 엄마를 토닥거리는 폼이 자못 심각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하긴 서른 즈음에 가슴이 비어졌다면 , 마흔 즈음에는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렌지 소다같이 갈증나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건강에 좋은 녹차나 구수한 슝늉같은 가족의 사랑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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