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봄의 진통
2006-03-31 (금) 12:00:00
서화선<자영업>
봄을 맞이하는 진통이 왜 이리도 긴지 아직도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비가 내리나 싶더니 어느새 개이고 또 비가 내리고… 이런 날씨엔 따뜻한 아랫목이 최고인데, 꿩대신 닭이라고 돌침대의 온도를 높이고 뜨거운 바닥에 누워본다. 효자가 따로 없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 행복하기만 하니 말이다. 외출하는 것도 삼가고 이렇게 있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가고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되는데’ 하는 후회와 죄의식 비슷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이런 풍류를 즐기며 책을 읽고 있다가 창문너머로 맑게 개인 하늘을 보고 무작정 집을 나서기로 했다.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매고, 비라도 올라치면 대신할 모자를 쓰고 말이다. 일을 쉬고 집에 있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푹퍼져 움직이기 싫어지는 내 게으름으로 부터 탈피할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도 촉촉히 젖어있는 깨끗한 거리를 나서며, 맑은 공기도 깊이 마셔본다. 콧끝을 스치는 향긋한 냄새와 열아홉 처녀의 피부같이 쳐다보기에도 눈부신 푸른 하늘을 보며 잘 나왔다 싶다. 내겐 너무나 가까운 자연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에 박혀 두문불출했던 내 어리석음이여…
이왕 나온김에 동네 한바퀴를 돌아볼까 하는 욕심에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이제 막 피어나려하는 꽃들의 몸부림에 걸음을 멈추곤 한다. 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진한 향기를 가진 백합화나 화사한 장미 정도밖에 모르는 내가 그저 존재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운 듯 키낮은 꽃들을 보고 가슴 두근거려짐은 왠일일까? 이제 막 자신의 몸을 찢고 개화되어 ‘나도 꽃입니다’ 하고 당당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아픔뒤의 성숙이라고, 육체의 아픔을 겪고보니, 전에는 지나쳤던 작은 것들에 마음이 써진다. 색마저 바랜듯하여 조금은 초라하게 보이는 이름모를 꽃들에게서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을 배워본다. 얼마전 옮겨 적어놓은 루시앵 제르퍄뇽의 기도가 생각난다. 언제나 그대로의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과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생길때 또한 유머를 잊지 않는 마음도 베풀어 달라는 내용의 문구를 기억해보며 나 또한 그런 사람으로 남기를 소망해본다. 병약한 몸을 핑계로 정신마저 나약해지고 황폐해질 때도 있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허우적 거리면서도 잡을수 있는 튼튼한 밧줄인 주님이 계시기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 싶다. 문득 이세상에 살아있는 것에 찬미를 보내고 싶은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