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그러니까 스물 둘
2006-03-30 (목) 12:00:00
그러니까 세월과 바꾼 보석들이지.
세월은 자라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 속에 차곡차곡 숨어 있는 것 같다.
오래 전 내 딸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한 말. “우리 엄마는 눈에 물이 많아요.”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생활화시킬 속셈으로 그 당시 ‘질투’ ‘젊은이의 양지’같은 한국 비디오를 빌려다 온 식구가 보기를 시작했다. 뜻을 모르는 두 아이의 질문이 끊이질 않지만 대답을 해 가면서도 나는 슬픈 장면에 가서는 어김없이 눈물이 쏟아지는걸 어떡해. 아이들이 엄마가 무안해 할까봐 안 보는 척 하면서 딸은 냅킨을 쓰윽 밀어주고 아들은 등을 어루만져주곤 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친구 집에 놀러간 10살 짜리 데니엘에게 소품 만들기 모임으로 모인 친구의 엄마들이 물었다. “네 엄마는 취미가 뭐니?” 가만히 생각하던 아이의 대답. “우리 엄마는 애기 낳는 게 취미예요.” 제 밑으로 여동생을 낳는 것을 본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곧 동생이 나온다며 부른 배를 어루만지던 제 엄마를 떠올린 명 대답이었다. 그가 이젠 자연운동을 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아이들 학습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웨슬리가 5살 때였던 것 같다. 한국학교 선생님이 한국어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머리를 갸웃둥 하더니 하는 말. “똥강아지, 내 한국말 이름 있어. 똥강아지야!” 친정어머니가 같이 살며 살림도 돕고 두 아이를 키워 주시는데 손짓 발짓은 물론 들리는 데로 익힌 영어와 한국말을 자유자제로 구사하시며 두 아이를 잘 기르셨다. 그러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는 늘 똥강아지라 부르며 안아주곤 했던 것이다. 웨슬리는 6피트가 넘는 건장한 청년이 되어 회사 일을 잘 하고 있다.
봄가을, 부활주일이나 감사주일에 떠나 있던 아이들이 돌아오면 온 교회가 풍성하고 든든하고 웃음이 넘쳐난다. 하늘이라도 떠 바칠 듯 쭉 뻗은 청년들이 되어 돌아 온 아들들, 살랑살랑 피어나는 봄꽃처럼 예쁘게 피어난 딸들. 이들을 앞세워 인사하는 부모의 얼굴엔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지난 세월과 바꾼 보석들을 행여 놓칠세라 손마저 꼬옥 잡고 다닌다. 다시금 물어보고 싶다. 네 엄마는 취미가 뭐냐고. 아마도 하늘마저 흔들거릴 큰 웃음보따리가 터질 것 같다.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