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아프지 마라
2006-03-23 (목) 12:00:00
김수희<공예가>
아프냐, 나도 아프다 . 몇년전에 했던 어떤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이다. 아마도 그 남자 주인공의 이 대사가 그렇게 절절했던 것은 부모님의 사랑과 같은 무조건적인 큰 사랑이 그 대사에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아이야,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그러니까 아프지 마라.
지난 월요일 저녁에 모처럼 아이들과 외식을 했다. 학교에서 모금 행사를 하는 식당에 가서 즐겁게 저녁을 먹고, 다른 날과 다름없이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녘에 아들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내 방으로 왔다. 배가 많이 아프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소화제를 먹이고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그만 아들아이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아침이 되어서는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린 아들아이도, 옆에서 애를 태운 나도 녹초가 되어 있었다. 남편과 큰 아이를 보내놓고, 병원에 전화를 하고 , 흰 죽을 쑤었다. 그러나 흰죽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하루 종일 누워서 끙끙거렸다. 화장실에 들락거리는것은 멈추었으나,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단다. 그렇게 먹성 좋은 아이가 꼬박 이틀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아픈 아이 옆을 지켜주는 일뿐이였다. 다행히 이틀이 지나니 배도 덜 아프고, 열도 내렸다. 작은 아이가 좀 괜찬아진 것을 보고,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 얼마 안 있어 큰 아이가 엄마~배 아파 하고 내 방으로 들어온다. 아이쿠…! 큰 아이는 작은 아이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누우면 속이 울렁거린다고 눕지를 못했다. 그래서 우리 두 모녀는 밤새도록 소파에 앉아있어야 했다.
낮에 아픈 것보다 밤에 아픈것이 더 힘들고, 처량하고 서러운 법니다. 시간은 왜 또 그리 안 가는지, 이는 밤에 혼자 아파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난 그럴때, 내 어릴 적 밤 새워 아픈 내 옆을 지켜주셨던 할머니와 내 머리를 짚어 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생각해 내곤 한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몸이 아파서 잠을 못 이루고 끙끙대면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찬 물수건을 해 주시고, 열이 다시 오르지는 않는지, 뭐 필요한 것은 없는지 밤 새도록 살펴봐 주시곤 하셨다. 중간중간 챙겨 주시는 손길과 걱정스러운 목소리에서 참 많은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할머니께, 어머니께 받은 그 사랑의 느낌은 내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우리 아이들도 내 어릴 적처럼, 나로 인해 좀 덜 아픈 밤을 보냈을까. 내 손도 우리 어머니의 손처럼 따뜻했을까. 내가 그 분들의 반 만이라도 따라 할 수 있는 엄마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 본다.
힘든 한주를 보내고 아이들은 다시 건강하게 학교로 갔다. 아프지 마라, 네가 아프면 이 엄마가 더 아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