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영어가 뭐길래

2006-03-2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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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숙<부동산 중개인>

요즘 한국에서 제일 거세게 부는 바람은 무엇일까?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천만에! 이 바람은 그칠줄도 모르고 불어대며 한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까지 빼내어 가는 바로 영어 바람이다. 유치원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 교습을 위해 평균 한달에 삼사십 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돈들이고 아이들을 볶아서 얼마나 기가막힌 결과가 나올거라고. 국어 교사를 뽑는데도 일단은 영어 시험 성적이 좋아야 하며 취직 시험을 볼때는 아예 영어로 면접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얼마전부터 떠도는 우스개 소리를 하나 소개한다. 미국으로 관광을 온 한국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철철 흘리며 대로에 누어 있는데 급히 달려온 구급차 대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How are you?” 이 관광객이 하는 대답은 “I am fine, thank you. And you?” 참으로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임을 그 답에서 알수 있지 않은가! 그 경황에서도 영어 교과서에 나온 대로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걸 잊지 않았으므로.

어느 한국 유학생이 미국 공항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다던 친구를 기다리는데 몇시간이 지나도 친구가 오지 않자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어떻게 하면 친구 집까지 갈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있을까 궁리 끝에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 보기로 했다. 적어도 박사과정을 공부하러 온 사람인데 그까짓 것 물어 보는게 대수랴 싶었다. 심호흡을 하고 안내원 앞으로 가서 물었다. “May I help you?” 그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여자는 아무말도 없이 빤히 이 유학생을 쳐다만 보고 있는게 아닌가! 아니 이런 쉬운 영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을 이런데 앉혀 놓은건 무슨 경우람 하며 투덜거리면서 혹시 소리가 너무 작아서 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더 정확하게 물었다. “May I help you?” 그제서야 안내원은 대답을 했다. “Go right ahead.” 그때서야 이 유학생은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아 차리곤 쥐구멍을 찾았다는데 쥐구멍은 또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미국에 와서 이삼십년째 사는 동포들도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고 한다는데 꿀꺽 삼키면 영어가 술술 나오는 알약 같은 걸 발명하면 빌 게이츠가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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