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가는 세월

2006-03-14 (화) 12:00:00
크게 작게
오영숙<부동산 중개인>

돌아오는 토요일 18일은 내가 미국에 온지 꼭 삼십년이 되는 날이다. 보는 사람마다 가는 세월 좀 잡아 달라고 했건만 그 아무도 잡을 수가 없는게 가는 세월인가 보다. 이렇게 삼십년이 흐르고 말았으니. 사회사업을 전공하고 입양 기관에서 인턴쉽을 한 연고로 입양아 들을 에스코트 할 기회를 얻어 어른 네명이 열한명의 백일 을 막 지낸 갓난애들과 세살배기 남자애 두명을 데리고 태평양을 건넜다. 식구들과의 공항의 이별은 아이들과 위탁모들의 울음 소리에 파묻혀 눈물 한방울 제대로 흘리지 못한 아쉬운 이별이었다.

그때만해도 미국 까지 가는 직행이 없어 노스웨스트를 타고 동경, 앵커리지를 경유해서 시카고 까지 가야 했다. 서울에서는 항공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앉지 못하는 아기들을 베개를 괴어 의자에 뉘였다. 어른 한명은 서류일을 맡고 한명은 우유 담당, 한명은 기저귀 담당, 또 한명은 아이들을 보는 일을 나누어 했다. 얼떨결에 동경에 도착하니 존타클럽 부인회에서 아이들 수대로 비행기에 올라와 아이들을 안고 갔다. 그 사이 우리들은 입국 수속을 하고 잠시 쉴 수 있었다.


앵커리지를 향해 그 넓은 태평양을 한도 없이 건너는데 한 여자 아기가 계속 울어댔다. 아무리 해도 그치질 않아 궁리 끝에 승객용 담요로 들쳐 업었더니 신기 하게도 울음을 그치는게 아닌가! 아기를 업고 기내를 서성대니 아무것도 모르는 어느 승객이 아기 엄마가 너무 젊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갓난애들 돌보느라 세살배기들을 잘 못봐준것이 아직도 맘에 걸린다. 한 아이가 그땐 아주 귀했던 바나나를 아끼느라 먹지 않고 있던것도 눈에 선하다. 그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정든 사람들과 헤어져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면서 처음 타 보는 비행기 하며…

드디어 시카고에 도착하니 양부모들이 들뜬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난 아이 업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 비행기에서 업어준 아기 부모를 찾았더니 아 이게 무슨 인연인지 아기 엄마 될 사람이 한국분 이였다. 아기를 안고 엉엉 울면서 밤을 새워서라도 업어주겠노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거의 24시간을 같이 보낸 아이들을 떠나 보내며 공항은 또 한번 울음바다가 되었다. 양부모들은 좋아서 울고 난 안쓰러워서 울고. 그 아이들도 지금은 서른을 훌쩍 넘었겠다. 어디선가 각자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