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그러니까 열 여덟
2006-03-01 (수) 12:00:00
김정옥<자영업>
그러니까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받고 사랑 받아야지.
자영업이라고 소개되는 나의 직업이 나는 그리 나쁘지가 않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같은 보람이나 감동은 없지만 재미가 있다. 물건을 선택하고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하며 친구가 된다. 같은 곳에서 같은 가게를 15년을 했으니 아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우리의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르다 보니 이곳에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우린 이들에게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시민권이 있다 없다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배우고 안 배우고가 무슨 상관이 있담. 외관으로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그들이 알게 되는 꺍챷가 되는 걸.
손님들 중에는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고 신뢰를 쌓아가며 신앙의 동지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더러는 마음을 상케 하는 손님도 아주 가끔은 있다.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바로 겞 어디서 왔니? 어느 나라에서 왔냐구? 중국? 일본? 하고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며 제 목을 세우려 드는 때이다.
같은 질문을 받아도 기분 좋게 대답하며 우리 나라의 전통이나 자랑을 나누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허지만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경우란, 정말이지 대화도 통할 수 없는 몰상식한 상황에서 일어 날 때이거나 아니면 인간의 존엄성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관념적인 우월 주의에 빠져 야비하다 싶을 정도로 상대방을 얕잡아 보고 들어 올 때이다.
처음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에는 흥분도 하고 기분도 나빠지곤 했었는데 나도 이젠 좀 변했다.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응수한다. 겞 ! 인간. 하나님이 지으신 딸이고, 우리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왔지! 너는? 그러면 대체로 말이 끝난다. 싱겁게.
한 권의 책도 읽지 않고 겉 장만으론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어찌 겉모습하나로 모든 걸 알 수 있을까 마는 오죽 했으면 그것을 무기로 들이밀까 싶다. 너무나 좋은 손님들을 주신 중에 가끔은 저런 손님마저 주심도 감사한다. 그래서 나는 또 묵상도 하고 겸손을 배우려고도 한다. 어쨌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고 사랑 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