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나도 함께 외쳐 본 대한민국
2006-02-16 (목) 12:00:00
김수희<공예가>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고요 ?’ 큰 아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기가 막히다는 듯이 묻는다. 그도 그럴것이 아침부터 축구장에 가야 한다고 법석을 떨고 , 그리 늦게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차가 막힌다고 동동거리고, 도착해서도 빨간 옷을 받아 들고 한시간이나 기다려 운동장에 들어와 앉았는데,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았다고 하니 아마 어이 없기도 할 것이다 .
그래도 일찍 온 덕분에 운동장이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잘 잡고 앉았고, 그 넓은 운동장 관중석이 점차 빨강색으로 메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서두른 것은 잘 한 일이였다 . 경기 시작도 하기전에 벌써부터 울려퍼지는 응원소리에 기다림은 점점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드디어 선수단이 입장하고,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말로만 듣던, 또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붉은 함성을 내가 직접 만들며 응원을 했다 . 저쪽에서부터 파도타기가 시작되면, 때 맞추어 나도 함께 두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났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축구 선수들이 뛰고 있다. 볼을 뺏어 올 때마다 기쁨의 함성이 일고 , 볼이 골대를 안타깝게 비껴 갈 때마다 안타까운 탄성이 메아리쳐 울렸다.
나와 아이들은 축구장에 온 것이 처음이다. 나는 가끔 텔레비전으로 본 적이 있지만, 아이들은 축구가 전후반 45 분씩 한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을 것이다. 2시간이나 하는 축구경기를 보러 오면서 아이들이 너무 지루해 하면 어쩌나 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전반전의 아쉬운 실수로 인하여 한 골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한골 넣어 동점이라도 되야 할텐데 ,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렇게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빨리 한 골이라도 넣어야 할텐데, 마음은 무척 바쁜데 결국 그 한 골을 넣지 못하고 시간은 다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이기고 있었다면 시간이 천천히 갔을까.
’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한 골이라도 넣지 ‘ 라고 말하니 남편이 ‘누군 안 넣고 싶었겠나, 그게 쉬운일이 아니니 그렇지 .’ 라고 말한다. 아쉬운 마음을 추스리며 운동장을 빠져 나오는 인파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
그런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운동장을 빠져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한 걸음 움직이기도 힘들어 짜증이 날 만도 한 상황인데, 모두다 누구랄것도 없이 힘찬 목소리 였다. 나도 아이들도 밀려 밀려 나오면서도 신이나서 소리쳤다 .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아쉬웠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면서 가슴에 무언가가 꽉 차 오르는 느낌이였다. 이 먼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내 안 어딘가에 있던 외로움 , 내 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다 같이 내 나라를 함께 외치는 동포애로서 따뜻하게 위안 받는 느낌이랄까.
돌아 오는 길에 아이들이 경기에는 졌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가잔다. 지난 토요일 그 곳에 간 일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