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내 마음대로

2006-01-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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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주부>

사진앨범이 세 개 묶어서 세일하는 것을 보며 이젠 정말 사진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샀습니다. 박스에, 봉두에 오래된 사진 최근 사진들 모두 찾아 잘 나온 사진들은 앞에 그저 그런 사진들은 뒤에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주로 내 모습이 괴로운 것들)은 다시 작은 박스에 넣어 정리를 해 가다보니 어느새 반나절이 가 버렸습니다. 다 정리된 세권의 사진앨범을 보면서 추억이 새롭기도 하고 정리가 되었다는 게 마음이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오래 미루고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정리 할 수 있는 사진들, 내 마음대로 간직할 것 간직하고 버릴 것 버리고 정말 쉽게도 깨끗이 됩니다.

참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 삶의 고리가 되어주고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만들어 줍니다. 너무 좋아서 자꾸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 가까이하고 이런저런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 오래 동안 내 삶에 함께해서 가족 같은 편안함이 있는 사람 그리고 몇 번의 인연으로도 마음 상하게 하는 사람, 가까이 있으면서도 무언의 분위기로 불편하게 하는 사람, 나를 오해하고 풀지 못하는, 않으려는 사람.

사진을 정리하듯 날 잡아서 내 마음대로 마음속에 두고 간직 할 사람들 그저 묻어 둘 사람들 마음 문 한번에 닫고 뒤돌아보지도 않을 사람들 이렇게 확 정리해 버린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마음이 후련하고 내 주변이 깨끗해지고 정리가 착착 잘 되었으니 이제 새로운 사진을 찍듯이 다 잊고 새로운 사람들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요?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정떨어지고 무서워 질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인생을 산다면 나 역시 그런 대접을 다른 이들에게 받게 될 날이 있겠으니 삶이 허망하고 두려워 질 것 같습니다.
나 자신에게 변명꺼리를 주어 쉽게 용서하고 싶고 못 마땅한 것들은 덮어 두고 잘 난 것 하나 끄집어내서 나를 이해하려고 하듯 다른 이들을 그렇게 다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마도 내 마음이 가장 평안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끔 좋은 말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곤 합니다. 왜? 현실은 그것들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다 지키고 살면 나 혼자 손해 보는 것 같고 또 항상 그렇게 살 수도 없을 것 같고. 하지만 오늘 마음 속 불편한 사람들을 정리하기 보다는 내가 대접 받기를 원하는 대로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하라는 좋은 말씀을 가슴에 담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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