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최종 발표가 지난 10일 있었다. 황 박사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에 이어, 2004년 논문 역시 전부 조작되었고, 그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던,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느 정도는 예견되었지만 참으로 우리 모두에게 실망스럽고 참담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종교계 일각에서 매우 염려스러운 움직임이 보도되었다. 불교계인 법보신문은 “서울대 조사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황우석 박사가 파면된다면 연구 재개는 우리가 돕겠다”는 기사로,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황 박사를 지원하겠다는 불교계 일부의 움직임을 전하고 있다.
지원 기금을 조성해 연구를 돕고 또 난자기증까지 언급하는 등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는 양상이다. 또 황 교수 지지 인터넷 카페 대표는 “황 박사가 연구를 재개할 수 있도록 100억원의 재단을 만들자”고 이 신문에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불교를 사랑하는 생명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염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생물학 박사로 존스 홉킨스 대와 미 국립 보건원에서 연구생활을 했고, 현재는 LA 아동병원에서 줄기세포 분화를 이용한 인간장기 재생 및 질병치료 연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교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불교계가 논문을 조작하고 한국민과 세계를 기만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것은 정직하게 연구하는 다른 많은 과학자들의 사기를 꺾는 일에 다름 아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칫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기에, 불교계 전체 차원의 신중한 논의와 지혜 모음이 절실히 요청된다.
황우석 교수는 2004년 조계종에서 수여하는 ‘제1회 불자대상’ 수상자였고, 스스로 불교신자임을 여러 번 천명한 바 있다. 그가 과거 성공한 과학자로서 한국의 위상을 온 세계에 떨칠 때 불교계가 기쁨과 긍지를 표명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 불교계뿐이겠는가.
그러나 지금 엄정한 서울대 조사결과로 밝혀진 바, 황 교수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던 체세포 줄기세포를 12개나 만든 것처럼 두 논문을 조작해 연이어서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 한국 과학계와 국가 신뢰도에 크나큰 타격을 가했다. 이는 과학자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이며 학자로서 그의 생명은 이미 종식된 것이다.
또한 이렇게 날조된 논문으로 소중한 국민의 혈세 수백억을 지원 받았으며, 총 2,061개의 난자를 실험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생명윤리를 현저하게 위반했다. 무엇보다도 황 교수는 이 모든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여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게 하였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불망어의 오계를 분명히 어겨, 그럴듯한 말과 솔깃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케 한 부분은 불자의 본분을 떠나 일반 시민윤리에도 어긋난다.
그가 존재하지도 않고, 언제 실용화될지도 모를 환자 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를 가지고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설치해 많은 난치병 환우들과 장애우들에 거짓된 희망을 준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가 수많은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단 한 순간이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한 적이 있는가.
이제는 연구윤리의 위반을 넘어선 실정법 위반(위계에 의한 국고 횡령, 강압적인 연구원 난자채취, 연구원 회유를 위한 금전제공 등) 혐의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임박하여 출국금지까지 내려진 상태이다. 불교계는 이 사안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불자라는 이름만으로 계속 감쌀 수는 없는 일이다.
불교계 지도부는 억조창생을 구원하시는 부처님의 지혜를 빌어, 냉철한 분석과 정연한 자체논의를 거친 후 지원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황 박사 사건으로 상처받고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불교계가 되었으면 한다.
정세영/생물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