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 6일 ‘올해 안에 해외 부동산 취득을 완전자유화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부동산 불황에 신음하던 워싱턴 한인 부동산 업계가 일약 활기를 띄고 있다.
애난데일의 뉴스타 부동산(대표 오문석)에는 지난 6일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은 뒤 현재까지 “한국으로부터 돈을 가져와 부동산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다섯 건이나 잇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보다는 한국에 재산을 놔두고 이미 워싱턴에 와 있는 재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취득 자유화를 앞두고 구체적인 부동산 취득방법과 매물 등을 물어보는 문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한인사회는 LA나 뉴욕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미국의 수도라는 특징과 높은 교육수준 때문에 특히 ‘한국에서 잘 나가던’ 재산가들이 많은 편이며, 이들 재산가들이 한국의 자유화 조치를 앞두고 재산의 반입에 대한 구체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이미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한 재산가는 한국에서 1,5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규모의 재산을 반입하기 위해 주식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명의로 재산을 들여오는 것보다는 회사를 설립해 회사 명의로 재산을 들여오고 투자해야 문제의 소지가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 취득 자유화와 함께 최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비자면제 역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KOAM 부동산의 김명옥 대표는 “비자면제와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는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왕래와 부동산 투자가 자유로워지면 한국으로부터 뭉치돈이 들어오면서 워싱턴 한인 경제계가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가지 변수라면 과거 한국 정부의 발표만을 믿고 ‘공식 절차’를 밟아 재산을 미국으로 가져 왔던 일부가 한국 세무당국으로 세무조사를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해 온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공식 루트’를 통해 2백만 달러를 워싱턴으로 들여온 한 한인은 그 뒤 세무조사를 당하면서 큰 손해를 본 케이스가 있었다. 이런 피해를 피하기 위해 그간 ‘환치기’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들여온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는 과거 한국의 외환 자유화 조치가 미국 등의 압력에 의한 ‘외부용’ 조치였던 반면, 지난 6일의 연내 완전자유화 발표는 최근의 달러화 약세를 맞아 한국에 지나치게 많은 외화를 내보낼 필요가 있다는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