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을 빼곡히 채워가며 희망을 꼭꼭 눌러쓰던 그 예쁜 나이엔 새해가 온다는 게 왜 그리 신나고 설레었던지 그리고 엄숙하기 조차 했던지. 뭐든 새롭게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기대마저도 새해라는 단어 하나로 쉽게 내 것으로 만들던 자신감 있던 소녀시절, 그때 내 일기장 첫 장엔 새해 신 새벽에 그해 다짐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결국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생각하고 작심하고 용기 얻고 꿈을 믿고 시도해 보고... 그게 어딘가?! 언제부터 인지 새해 결심 같은 건 머리 속을 그저 잠시 하나 둘씩 스쳐 지나 갈뿐 어제가 지나 다시 온 조금 특별한 오늘 이란 생각밖엔, 이젠 나이 숫자만이 나를 새해로 인도하는 다리가 되었다.
그래서 이 무료하고 자꾸 퇴색 되어만 가는 나의 새해를 다시 신선하게 채워보기 위해 마음에 쏙 드는 일기장 하나를 정말 오랜만에 하나 장만 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뭘 하면 좋을지, 뭐가 진짜 진짜 하고 싶은지 여전히 마음에 꽉 차는 답을 찾지 못하고 사는 나, 그래서 일기장에 큰 결심 한마디 써 놓지 못 했지만 아이들, 남편,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과 아우러지는 나 아닌 비껴진 공간에 홀로 서있는 온전한 나를 만나 보길 소망해 본다.
20대 꿈 담은 직업을 위해 찾았던 나. 30대 결혼과 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들어진 나.
이젠 조금만 나에게 빌미를 핑계를 여유를 주고 싶다. 후회는 없도록, 하고 싶은 것 한 가지 만이라도 해 볼 생각이다. 너무 거창하지 않을 일임이 분명 하지 않은가. 10대도 20대도 아닌 나. 현실도 알고 나 자신도 잘 알고, 그러니 작은 소망일거다. 그 작은 바램 하나 찾아 해 보는, 내 안에 나를 다시 찾아 발견하고 나에게 대견하다 감탄하는 2006년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이정화/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