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중독
2005-12-22 (목) 12:00:00
이정화<주부>
언제부터인지 자꾸자꾸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난 흔히들 말하는 아침 형 인간이라 새벽 네 시 반에서 다섯 시면 눈을 뜨고 눈 뜨고 나면 물마시고 바로 커피를 찾게 됩니다. 그 새벽에 마시는 커피가 속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듯 정말 아늑하고 행복해 집니다. 그 시간에 커피와 함께하는 인터넷 서핑, 책 읽기, 글쓰기 혹은 음악 듣기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이 되었습니다.
기분 좋을 때 마시는 커피는 더 들뜬 마음이 되게 하고 열정적인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며, 우울하고 슬플 때 한잔하는 커피는 다른 이들이 담배나 술을 찾는 마음하고 똑 같아서 한 두 모금 마시며 온갖 상념을 다 풀어 한숨을 다발로 내놓게 하고 어느새 빈 잔이 된 것을 아쉬워하며 또 한잔을 조금 더 쓰게 마시게 됩니다. 이렇게 하루에 네다섯 잔을 마시며(정말 많이 참아서) 커피의 농도는 점점 진해지고 있습니다.
전 한국 믹스커피를 원두커피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데 믹스커피 한 봉지에 인스턴트커피 한 숟가락을 더 넣어 마시면 단맛은 조금 가시고 몸속으로 퍼지는 커피의 기운은 더 유혹적이어서 커피를 줄인다는 결심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맙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믹스커피 한 봉을 조금 진하게 타고 연하게 내린 원두커피를 조금 더해서 마셔도 음미하는 맛이 좋고 커피전문점에 가게 되면 친구와 단 커피 한잔과 그저 쓴 원두커피 한잔을 섞어서 마셔도 그 맛이 일품입니다.
난 몰랐는데 친구가 그러더라 구요 ‘중독’이라고. 몰랐습니다. 내가 커피에 길들여지고 중독되어 가고, 중독되었다는 것을, 끊기가 어렵고 포기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건 ‘중독’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섬뜩함 때문에 두렵지만 따뜻한 커피에 중독 된 것처럼 ‘뜨거운 사랑에 중독’될 수 있다면 그 섬뜩함 마저도 삼켜 버리고 싶습니다. 올 한해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었는지, 얼마나 따뜻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올해 하지 못한 사랑 내년에는 꼭 해 보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나의 중독된 사랑을 진하고 따뜻하게 풀어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