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종교 지도자 강연을 듣고

2005-12-11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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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 이동희 <베데스다, MD>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할 때 느끼는 충격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을 못한다. 그래서 가장 큰 아픔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만든다는 예는 우리가 살면서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국가 관계에서는 테러를 당함에 버금가는 아픔이다. 아픔과 실망이 너무 크다 보면 국민들의 정서에 의해서 어제의 적국을 동맹으로 돌변하고 믿었던 동맹국을 소외 시켜버리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경험하지 않는가.
두 분의 종교계 지도자가 교포들을 상대로 강연이 있었다. 두 곳에 참여해서 느낀 점은 한 분은 한국정부의 정책을 철저하게 두둔하는 느낌이었고 또 다른 한 분은 한국의 잘못된 정책을 논리정연하게 비판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두 곳에 참여하고 아, 이곳에서도 교포들이 고국의 정황을 보는 시각이 철저하게 양분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민 생활에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구체적으로 뉴스를 접하지 못하다가 각기 한 곳에만 참여했을 때 치우칠 수밖에 없기에.
바래기는 한국의 정치를 각기 다른 시각으로 사고를 하시는 두 분이 함께 교포들과 대담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토론하며 조율해서 좋은 결론을 창출해 내는 일이 민주주의 아닌가.
두 분 다 교포들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한결같이 강조하면서 주류사회에 홍보 효과를 말하는데 솔직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고국에서는 위기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유엔군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조성된 마당에.
내가 북한에 가서 느낀 점은 북한은 북미관계를 분명하게 원하고 있다. 솔직히 그렇게 말도 했다. 미국의 정치가 다 잘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남북이 협력해서 북미관계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개성 공단도 성공할 수 있으며 북한의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짐으써 영원한 평화통일도 앞당겨지리라 생각한다. 북미관계가 어려운 현재에도 민간 차원에서는 여러 경로로 원조하고 있지 않은가. 그게 바로 기독교 국가의 국민정신이다. 북한 어린이들이 하루속히 배고픔을 면하고 정상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한에서도 6.25사변 후 학교에서 우유를 배급받고 구호품을 받아 입었지 않은가. 안남미 쌀, 옥수수 가루를 배급받으며 얼마나 감사한 마음을 느꼈던가.
은혜를 배신으로 갚지 말며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는 뜻이지 사대 사상을 내포하는 뜻은 추호도 아니다. 물론 한미동맹 협약이 불공평하면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성인 얼굴 마담들을 정리하면서 매너 있게 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다. 자주, 자주, 더없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통일보다는 체재를 우선하는 북한이 미국을 적대하면서 뜻이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조국의 주변 정세 또한 그러하지 않는가. 북한에 식량 지원은 계속 되어야 하겠지만 북한이 자력으로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산업회사를 세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해 큰 틀을 확실하게 해야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욕심이 있다면 대북관계 책임자가 “나는 대권의 꿈이 전혀 없으며 오직 남북 평화통일 관계를 고민하며 일하겠습니다” 하고 짜릿한 감동을 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지금 보다는 한 차원 수준 높은 대북관계로 처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동희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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